길고 고되었던 8월도 가고 어느덧 9월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월...
아직 따사롭지만 서늘하고 서서히 노을지는 시간이 당겨지는 게 좋다.
그리고 뭔가를 진짜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너무 느긋한 거 아니에요...?
좀 있으면 한 해가 다 가는데 9월이 되어서야 진짜 시작하는 기분이라는 게ㅋㅋㅋㅋㅋㅋㅋ
느긋하기만 한 나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취향이라고 늘 생각한다.
8월은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큰 힘을 쏟았다.
낮에 일하고 돌아와서 저녁 먹고 냉차를 한 찬 우려서 책상 앞에서 시간 보내기.
누워있을 수 있는데 왜 앉아있어야 하지? 라고 늘 생각은 하지만 너무 누워만 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앉아있을 수 있을 때 앉아있는 시간도 일부러 만들기로 결심... 미뤄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거창하지는 않고 하루에 두세점 정도씩 정보도 업데이트 하고 예전에 사놨던 책에서 필요한 부분 발췌도 해서 미리미리 정리도 해놓고 그런 작업을 마감의 압박 없이 하려니까 너무 재밌는 거야...?
하지만 열두시가 되기 전에는 늘 자려고 노력했다.
내 컨디션이 좋아야 일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피곤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노오력을 한다는 게 어른 같다고 생각해서 또 자아도취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껏 정말로 대충 살아왔기때문에 <어른 같은 나 자신>의 모습에 쉽사리 심취해버려... 정말 철딱서니가 없구나. 근데 이게 나야... 계속 이렇게 살듯;;
여름의 색깔이라는 건 정말 싱그럽고 활기차구나.
드문드문 조깅하는 사람들과 부지런한 여행자만 있는 아침의 튈르리는 언제 걸어도 좋다.
내년에 파리 올림픽이 있어서 강변에서 그거 리허설 한다고 며칠동안 아주 소란했다.
나도 양궁 결승전 티켓 사놨는데...
평생 내 눈 앞에서 금메달 따는 거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친구들이랑 구경가기로 했다.
내년에 사람 많은 여름의 요란한 파리를 생각하니 또 아득해짐... 근데 언제는 사람이 없었나. 늘 그랬지. 나의 길을 가자...
요즘 길에서 개파라치 사진 찍는 재미... 넘 귀여웅.
혹시 요즘 우리 고양이 나에게 다소 싸늘한 이유는 언니가 밖에서 이러고 다는 걸 눈치 챘기 때문?은 아니겠지.
우리 돼지 넘 귀여우니까 얼른 가서 배방구 한 번 하고 와서 마저 일기 써야겠다.
아우 내가 얼마나 귀찮을까!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는데 카페 눈 앞 뷰가 넘 귀여워서 기념사진 찍음
이제 커피 한 잔에 3유로씩 해!!! 물가 너무 무서워용
그래도 잠깐 앉아서 에너지 충전하기에 카페 테라스만한 곳이 없다.
3유로에 오후에 일 할 기운을 무선충전 할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해야지.
맛있는 커피 마시고 싶다.
요즘 나의 사소한 행복은 향수인데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요즘 뭐 쓴다 하는 얘기가 나와서 최애 3종을 소개함.
자도르 헤어 미스트: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엄청 자주 맡게 되는 파리지엔느의 향
성숙한 어른 여자의 향기인데, 향수가 너무 강해서 머리가 아프다면 헤어미스트는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아서 좋다.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몇년간 딥티크 향수만 써 오던 나는 샤넬 향수를 쓰면서 와 잔향이란 이런 거구나에 눈을 뜨게 되었다. 머리도 안 아프고(향수 선택 제 1의 기준... 머리 안 아파야됨ㅠㅠ) 약간 단내 나는데 또 마냥 어리지만은 않아서 늘 소녀이고 싶은 아줌마를 만족시킨다 그거예요... 1뿌만으로 반나절 지속됨 최고최고임... 딥티크는 3뿌를 해도 현관을 나서면 사라지는데...
조 말론 와일드 블루벨: 갑자기 인생 향수를 만났다면? 8월 초에 산 나애 뉴 향수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침에 나갈 때도 뿌리고 저녁에 샤워하고 나서도 내가 맡으려고 뿌림... 사소한 사치. 하지만 즉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산뜻한 수박향으로 시작하는데 이 탑노트가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고(그래서 좋은 거 아님?;;) 넘넘 산뜻함. 글고 좀 지나면 부드러운 향이 남는데, 이것도 머리 안 아프고 다정한 이미지가 남음. 나의 추구미에 가장 근접한 향이라서 맨날맨날 이것만 뿌림... 이 향수 얘기 하고 싶어서 사진 찍은듯...
다음 쉬는 날에 또 백화점 가서 0층의 하이에나 될 거 같음
점심시간에 도시락 스팟에서 행복한 멈머 보고 또 개파라치 함
프랑스에 살면서부터는 늘 아침을 먹는다. 메뉴는 10년째 거의 비슷한데, 토마토랑 빵, 요거트, 커피 한 잔 이렇게임.
요즘은 소보로 빵 만들려고 사다놓은 땅콩버터 먹어치우기 작업 중.
A가 지난 봄 미국 여행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거라고 무거운데도 선물이라고 가져온 사라베스 잼을 바르며 미국 병 앓기...
미국병은 가기 전엔 고칠 수가 없는 것인데... 지금 한 5년째 못 가서 미국잼이나 발라 먹는 거야...
글구 작년부터 그냥 우유 말고 귀리우유 마시고 있다. 소화도 잘되고 속이 엄청 편안함.
오틀리가 제일 맛있는데, 일반 말고 바리스타용이 훨씬 꼬소함... 근데 없어서 카카오맛 샀음. 맛있당.
오전 근무 마치고 남펴니랑 마레에 나갔다가 잇탈리에서 라자냐 먹음.
사실 이럴 계획 아니었는데 라자냐 냄새가 너무 좋아서 홀린듯이 그냥 먹기로 함. 역시 맛있음. 그치만 13유로... 물가 무서워용.
티라미수는 그다닥이었지만 디저트를 안 먹을 순 없어서...^^...
아르켓에 궁금한 물건이 있어서 구경하러 갔다.
쇼핑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쇼핑 분위기를 즐겨보니 또 좋더군...
이제 빨리 가을 오면 좋겠다. 간절기 외투 입고 싶어.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했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밥 먹는 사람들 엿보기.
나른한 8월의 파리를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으로 알아야겠지. 사람들 넘 귀엽다. 다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행복하면 좋겠어.
아니 딥티크 맨날 뿌리고 돌아서면 없어진다고 허무하다고 맨날 욕하면서 또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꾸 찾게 돼... 익숙함이 무섭다니까?!
그리고 이제 가을이고 겨울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핸드크림 바르고 돌아서기.
요즘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책도 거의 읽지 않아. 그냥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 말고 순수한 즐거움을 좀 잃어버린듯한...? 그런 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신에 예전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향수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니 정말 알 수 없다. 그때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귀가 중 마레 한복판에 있는 꼴롱바주 보면서 아 여행가고 싶다, 생각하기.
물론 노르망디 말고... 좀 지겹거든,,,,
여기 아몬드 크루아상이 맛있는데.
손바닥만한 도시에 10년 넘게 살다보니,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기저기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 많다.
새롭게 뭘 해보는 설렘은 많이 잊었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곳을 또 찾아나설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좋다.
어릴 때 내가 시골에 살았다는 게 지금은 좋지만, 어릴 때는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자꾸 더 넓은 곳으로, 더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 곳으로 늘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아. 그런 면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살 수 있는 이곳에서 적당히 나로 살며 적당히 아무나로 사는 지금을 만들어 온 것일지도.
내가 8월 말에 더울 것 같다고 했지... 갑자기 막 32도 되고 그래서 늦더위에 조금 지쳤었다.
아라비아따 새우 고추 링귀니를 8월의 음식으로 임명합니다.
혼자서 산더미 같이 파스타 삶아서 천천히 다 먹어치웠다.
상반기에 비해 위가 조금 늘어났다. 0.7인분정도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 온전히 1인분 다 먹는듯...
정직한 몸이라서 먹는 양이 늘면 금세 살이 찐다. 그런데 살이 찌면 기초 체온이 올라가서인지 잠잠하던 아토피가 올라오고!! 그러면 그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입맛이 뚝 떨어지고 다시 살이 빠지고 체온이 돌아오고 아토피가 물러나고 평화를 찾는 그런 사이클...
날씨 정말 멋졌구나.
그림같은 풍경을 보면서 아이고 허리야... 하고 다시 출근하기.
블로그 쓰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같이 올리고 싶으니까 평소에 조금 더 천천히 걷게 된다.
물론 앞에 내 길을 막는 천천히 걷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속터져서 견딜 수가 없곸ㅋㅋㅋ 반드시 그를 앞질러 나가서 내 앞에 아무도 없어야 함... 물론 지금도 출퇴근길은 그렇게 걷고 있음... 그치만 밖에서 어떤 풍경을 보게되면 그걸 좀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블로그의 순기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됨.
작년 그리고 올해는 목표의식을 갖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멍때리거나, 일부러 돌아가거나 하는 쓸데없는 시간을 갖지 않아서 더 내가 음악도 안 듣고 감수성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좀 비효율적으로 살고 그래야 영감도 얻고 하는 건데(아닐 수도 있음;) 이게 또 규칙적으로 살다보니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좀? 드는 것 같기도? 어쩌면 나 이제는 완전히 J형 인간이 된 것일지도??
남펴니가 앞집 할머니 댁에 가서 뭘 고쳐드리고 왔는데 할머니가 고맙다고 납작 복숭아를 몇 개 가져다주셨다.
귀여우셔... 도움 받고 나서 뭐라도 나눠주시려는 마음이 넘 감사하다. 안 주셔두 되는데... 우리 건물 나름 정겨워...
날이 더우니까 윤슬이 아름답지 뭐야...
막바지 더위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주어진 오늘 하루를 재밌게 살아볼 다짐하기.
또 오랜만에 쉬는 날, 미루고 미루던 중국마트에서 장보기 미션을 완수했다.
쌀이 떨어져서 진짜 최종 마지막 순간에 쌀을 사러 갔던 건데 겸사겸사 한 달은 그 동네 안 가도 되게 최선을 다해서 장을 봄...
이번 장보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라 소스가 아닐까?
2018년 19년 이럴 때 한국 가면 나랑 맨날 마라샹궈에 꿔바로우 먹으면서 재밌는 얘기 해주던 친구가 있었는데(?왜 과거형이지? 그녀와는 지금도 왕왕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그때가 절정이었고 이제 코로나 기간동안엔 거의 안 먹었던 것 같음. 근데 오랜만에 생각나서 포두부 시트랑... 각종 비상식량(매운 새우깡 필수)을 구비.
회심의 아이템 2 : 태국산 팜 슈가!!!
내가 집에서 쏨땀이며 똠냠꿍 만들어 먹으면서 늘 아쉬웠던 게 팜 슈가였는데 이번에 가니까 물건이 들어와있는 것임!!!
나 명예태국인(아님)으로 태국 음식 자급자족하면서 팜슈가 처음 써봐... 너무 설레... 근데 아직 개시를 못함... 내일 쏨땀 해야지. 파파야도 사왔음 히히
남펴니의 사소한 사치: 6유로짜리 롤케이크
평소에 뭘 먹고 싶다는 얘길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인데 롤케이크만 보면 아련한 표정을 짓는 빵돌이와 살고 있음. 꼭 나한테 허락 받고 롤케이크 장바구니에 넣어서 눈치 좀 보지 말라고 했음... 아니ㅡㅡ 내가 케이크 먹는 걸로 뭐라고 하냐고요. 먹을 걸로 눈치주는 사람 아니라고요. 자신있게 먹으라고요.
나 요즘 왤케 뷰-티에 관심이 많은 걸까.
아니 예전에 파리 오면 꼭 사가는 아이템이었던 눅스 오일을... 나는 이제 처음 써봤단 말임...
기름을 바른다는 게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좀 있어서 한 번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ㅠㅠ...) 너무 자주 건조해지는 것 같고 어깨가 너무 아파서 마사지할 때 발라야겠다고 생각해서 작은 걸로 하나 사봤는데 사람들이 타령을 하는 물건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이 좋은 걸 나만 이제야 처음 써보는구나... 나는 바보로구나...!
향도 좋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끈적한 그런 오일이 전혀 아니었음. 분사시켜서 촥 골고루 뿌려지니까 바로 어깨 마사지 셀프로 하기에도 좋음. 건조함도 잘 잡아줌. 종아리 건조해서 찢어질 것 같았는데 이거 바르고 그런 것도 없어짐ㅋㅋㅋㅋㅋㅋ 아 왤케 나 약장수처럼 말하지..
야옹이와 사이 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매운 새우깡 내 영혼의 간식이라 재밌는 거 보면서 매새 먹는 게 또 소확행임
프랑스의 과자가 주지 못하는 어떤 만족감을 매새가 나에게 주는 거지...
2박 3일짜리 여름 휴가도 다녀왔다.
따로 포스팅 하고 싶은데 이것도 바지런을 떨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언젠가는 올리지 않을까?
암튼 지난 3월 여행 이후로 코에 바람을 5개월만에 넣어서 너무너무너무 좋았고 아주 큰 해방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예전엔 별로 관심 없었던 화가들의 그림이 아주 색다르게 보인다거나, 아주 멋져보일 때 갑자기 두근거리곤 하지...
그리고... 뿌염해야겠네...
여행 마지막 날, 커피 마시고 싶어서 온 동네 문 연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구글맵에 낚여서 허망해하는 건데 사연있어 보인다고 친구가 일케 사진 찍어줌^^... 더웠고 추웠고 아름다웠고 즐거운 휴가였다.
휴가 끝나고 출근하기 싫은 사람... 정상이겠죠... 그래도 다 똑같은 마음일테니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마음 바짝 챙기고 다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바이오리듬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체육관... 개시를 안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번 주에 진짜 개시한다... 다음 일기는 헬스녀 블로그로 돌아올 것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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