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팔월도 닷새나 지났는데 6월 일기 쓰고 있는 거 대체 뭐야^^
5월 말에 있었던 응급실 이슈의 여파로 약속-병원, 약속-라보, 약속-영상촬영센터, 약속-병원의 과정을 거침
하 진짜 이 나라에서 병원 가는 거 너무 너무 싫어ㅠㅠ 한국이어도 마찬가지이긴 했겠지만
이때는 의사 만나기 전에 죽거나 자연치유의 기적을 체험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음.. 진심 영원한 기다림...
다행히 운이 좋아서 나는 자연치유의 기적을 체험함
신장결석으로 의심된다고 해서 신장 mri 찍었는데 그 돌 덩어리가 저절로 빠져나간 거 같다고 축하받음
물론 7월에 만난 주치의(의 대타) 선생님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정밀 피검사를 (또) 해보자고 해서 이달 말에 또 라보 가야됨,,
산다는 거 뭘까

제철 과일을 먹으면서 즐겁게만 살 순 없을까
아니 유럽 과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여기 딸기가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예쁘기만 하고 무향 무미여서 초콜렛 찍어먹고 생크림 찍어먹고 그러던 건데
이제 한국 딸기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달아???

더위를 많이 타지도 않으면서 그닥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몇 년 전부터 여름의 생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체리의 계절이라서 좋은 것두 있음.

오전에 일이 없는 날이면 시장에 나가서 과일도 사고 꽃도 사고 그러는 게 작은 즐거움이다.
물론 야옹이가 온 후로는 꽃은 잘 사지 않게 되었지만 그냥 구경만해도 뭔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여름의 색은 찬란하고

늘 그자리를 지키는 것들과 북적이는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확실히 시장은 마트와 다른 감성이다.
올 봄에도 바빴어서 시장을 거의 못 나가다가 이날 주말 기념으로 나갔던 것 같은데 디게 좋았나봐
사진 왤케 마니 찍어옴?

오히려 6월 초가 더 더웠던 것 같아... 일기를 쓰고 있는 8월 첫 주 현재 파리 기온 19도;;
외투 없이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콧물 줄줄맨임... 언제 비올지 몰라서 우산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약간 귀찮지만 일하기엔 넘 쾌적함

메르네 또 놀러가서 아주 맛있는 걸 먹었나본데?
아마 정원에서 바베큐하고 올라가서 이어진 와인타임때 먹던 안주 찍어놓은 듯.
편협한 인간관계지만 삶의 부분 부분을 함께 가꿔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고
관은 1인용이지만 들어가기 전까지는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이왕이면 다 같이 재밌게 살았음 좋겠는데
요즘 뉴스 보면 너무 흉흉해서 보고 싶지가 않어... 휴

백화점에 뭐 사러 나갔다가 이날도 아침에 너무 추워서 갑자기 카페 모카 따숩게 한 사발 들이킴
남펴니는 뭐 마시겠냐고 물어보면 두 번에 한 번은 자긴 됐다고 하는데
대신 근처에서 기웃거리다가 꼭 마지막 순간에 케이크 사달라고 함 근데 자긴 단 거 안 좋아한다고 우김(아 이제 좋아하는 거 인정함)

깊어가는 여름, 반복되는 일상

여름은 수박이지
수박 한 통 사서 통에 잘라넣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있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단순노동 하는 거 너무 좋아함...
우리 집은 여름에 수박 진짜 많이 먹어서 한 통 사면 이삼일만에 다 먹고 또 삼
그렇게 따지면 스트레스가 쌓일 겨를이 없음

여름이니까 히야시 츄카를 먹어줘야 함
루브르 근처에 자주 가는 라멘집에서 여름에만 파는 메뉴
별 거 아닌데 여름에는 질릴 때까지 이것만 먹고 더 안 팔면 아 여름 다 지나갔구나 하고 깨닫는 것임
네기미소 라멘 파는 그 집이기 때문에 봄-가을-겨울엔 네기미소라멘 먹고 여름에만 이거 먹음
좀처럼 메뉴를 바꿔서 주문하지 않는 성격,,,

퐁피두 센터 뒤쪽으로 들어가면 carre pain de mie라는 일본식 식빵집이 있는데
쫀쫀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함
이 집 식빵을 먹으면 프랑스의 퍽퍽한 식빵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아지는 것이다
갓 구워져 나와서 따끈할 때 손으로 죽죽 찢어서 먹다가 우유 한 잔 시원하게 마셔주면 천국이 따로 없음
딸기쨈과 환상의 짝꿍이야...
근데 사러 가기 귀찮아서 남펴니가 그쪽 지나갈 때 사다줘야만 먹을 수 있음
두툼하게 잘라서 프렌치토스트 만들어 먹는 것이 또 사소한 행복

한국마트에서 장보고 나오는 길에 메로나 사서 팔레 후와얄에서 먹기
남의 나라에서 먹는 고향맛이라서 그런가 메로나는 꼭 밖에서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음...

동네에 벼룩시장 섰던 날
구경하면서 천천히 귀가하기
다음 벼룩시장에 팔 물건 또 모아놨는데 가을에 한 번 더 참여할까 고민 중...

그리고 드디어 나의 그녀가 파리에 왔다.

우리 엄마 환갑 기념으로 유럽 여행 다시 시켜드린다고 했었는데 고로나 시대가 시작되며 접을 수 밖에 없었더...
좀 늦었지만, 날씨 좋을 때 다녀가시라고 해서 올해 초에 좀 급하게 여행 계획 세워서 2주가량 다녀가셨다.
혼자 오면 재미 없으니까 친구들이랑 같이 오시라고 해서 내가 계속 모셨는데
효도여행 오는 자녀들에게 잘해줘야지... 쉽지 않다 자유여행으로 효도여행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들 성격도 다들 무난하시고 가리는 음식도 없으셨지만 모시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아니니까... 매사 쉽지 않았닼ㅋㅋ

파리 3박 4일
남프랑스 3박 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피렌체-포지타노-카프리-로마 이렇게 일주하는 걸로 일주일...
그리고 로마 공항에서 한국 보내드리고 나 혼자 집에 옴
엄마 친구분이 최선을 다해서 우리 모녀 사진 찍어주신다고 애써주셔서 그래도 추억사진도 좀 남겼다.
엄마들 여행 브이로그 만들어드려야 되는데 프랑스 일정만 만들어 보내고 한달 반 지났는데 아직도 이탈리아 영상 반 밖에 못 만들었어..


니스에서 최애 베트남 식당 가가지고 제일 좋아하는 메뉴도 같이 먹어보고

시장에서 복숭아 사서 슥슥 옷에 문질러 닦은 담에 길에서 먹고
밤에 숙소에서 손에 매니큐어 바르고
아침 저녁으로 샴푸랑 화장품 같이 쓰고 그런 거 나는 평소에 엄마랑 못하니까
이번 여행에서 엄마 친구들 세 분이 방 같이 쓰시고 엄마랑 나랑 방 하나 같이 쓰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물론 밤마다 나는 일 하느라 늦게 자고 엄마는 시차 적응 못해서 맨날 10시에 자고 3시에 일어나셨지만ㅋㅋㅋㅋㅋ
그래두 정말 좋은 추억이었어... 너무너무 아련하다.

루프탑 레스토랑 가서 바다 보면서 맛있는 거 먹는 여행
7년 전에는 엄마가 스위스 가고 싶대서 프랑스-스위스를 차로 다녀서 대중교통 탈 일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사위가 바빠서 같이 시간을 못 내는 바람에 내가 비행기 태우고 기차 태우고 버스 태우고
하여튼 탈 수 있는 거 다 태워가면서 모셨더니 오히려 좀 더 재밌었다고 하셔서 엄마들도 경험을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다.

에즈 좋았고... 남프랑스 정말 천국 같았다.
일 때문에 여름에는 여행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해보니까 왜 다들 여름에 휴가 가는지 알 거 같았어...
한여름은 너무 힘들것 같고, 6월의 남프랑스 여행 넘넘 강추ㅠㅠ

베네치아
곤돌라 가격 사기 수준인 거 알면서도 엄마들이 궁금해하니까 태워야지... 어쩔 수 없어... 이것이 효도여행이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콜라를 10유로 주고 마시는 것도 어쩔 수 없어... 그것이 효도여행이니까
그리고 절대 가격을 알려주면 안됨ㅋㅋㅋㅋ 엄마들한테 카페나 레스토랑 갈 때마다 신신당부 함
1. 한국돈으로 얼마인지 궁금해하지 말 것
2. 가격 상관없이 무조건 드시고 싶은 것으로 주문하실 것

피렌체에서 티본스테이크 한 입 먹고 너무 놀라서 남펴니한테 카톡함
자기야 이 집 미쳤나봐 담에 여기 와서 고기 먹자
피가 줄줄 흐른다고 질색하시던 엄마들도 더 구워달라 안 하시고 맛있게 드셨다
원래 피렌체 갈 때마다 가던 집이 있었는데 이번엔 아는 분께 추천 받아서 따로 예약하고 갔더니 정말... 돌았나봐
나 저녁에 소고기 구워먹고 왔는데 이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음

피렌체에선 너무 더웠다.
엄마들이 가죽시장 쇼핑을 즐거워해서 다행이었고 우피치도 오랜만에 가니까 좋았다.

로마에서 하루 자고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왔다.
포지타노 역시 너무너무 뜨거웠지만 스피드 보트 타면서 액티비티도 즐김
엄마들이 너무 격하게 좋아하셔섴ㅋㅋㅋㅋ큐ㅠㅠ 좀 감동 받았음...

물 색깔이 미쳤어요.. 이것이 지중해다

아말피에서 레몬샤베트 안 먹으면 유죄니까.. 물론 프로즌 요거트도 쌔림
이번에도 해산물 튀김은 위에 자리가 없어서 먹지 못함

카프리섬에서의 꽉 찬 하루.

이틀동안 배를 얼마나 탔는짘ㅋㅋㅋㅋㅋ
신나게 놀고 로마로 올라와서 그 이튿날은 바티칸으로.

효도여행의 꽃은 투어다.
어디든 전문가에게 맡기면 그 시간만큼은 안심하고 일정을 맡길 수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파리 루브르, 베르사유 투어, 피렌체에서는 프라이빗 투어로 우피치 미술관, 지중해 1박 2일 투어, 바티칸 투어까지 참여함
바티칸 이번에 네 번째인가.. 였는데 마티스 작품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거야
담에 니스 가면 로사리오 성당 꼭 가봐야지.. 갑자기 또 취향이 바뀌는 것일까

오후에 엄마들이 선물할 거 사고 싶대서 쇼핑 좀 하다가 일찍 자고
다음 날 새벽에 일찍 트레비 분수 가서 사람 없는 사진 찍기
는 5시 30분에 가니까 이미 사람 바글바글함ㅋㅋㅋㅋㅋ 다들 대체 몇 시에 나오는 거야
숙소에서 슬슬 걸어 가니까 너무 좋았고, 엄마들 동전 던지기도 시키고 하하 호호 하다가 귀가하면서 일찍 문 연 카페에서 콜라찌오네

아침부터 너무 누텔라 아니에요?
그치만 카푸치노랑 먹으면 궁합이 너무 좋은걸
가성비 못 따라와 정말...
내가 여행자여도 이탈리아 너무 좋음
싸고 맛있음
불란서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그치만 또 여긴 여기만의 그런 게 있으니까(그게 뭔데)

다시 숙소 들어가서 짐 싸고 챙길 거 챙겨서 다시 나와가지고 진실의 입이랑 콜로세움 이런 거 쭉 보고 판테온 옆에서 커피타임
우리 엄마들 프랑스에선 아메리카노만 찾더니 이탈리아 왔다고 에스프레소도 드셔보시고
샤케라토도 드시고 완전 힙쟁이였음
아무리 설탕 잔뜩 타서 드셨대도 일케 새로운 거 좋아하시는데
딸년이 멀리 살아서 한국에선 이런 것도 같이 못하고... 갑자기 대역죄인 됨
그치만 엄마도 내가 행복한 게 좋잖아
나도 엄마가 행복한 게 좋거든
우린 너무 오래 각자 살았지
지금 내 나이일 때 엄마는 벌써 남편을 암으로 잃고 두 남매를 혼자 키웠다는 거 아니야
생각하면 진짜 너무너무 아득하고 엄마 즉시 존경하게 됨
나였으면 맨날 울기만 했을듯... 역시 엄마라서 강인해질 수 밖에 없으셨겠지
엄마는 아직도 그때 얘길 하면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땐 엄마도 어려서 딸인 나한테 너무 감정을 다 드러냈던 것 같다고.
그럼 내가
"아들은 너무 소중해서 역시 그런 말을 할 수 없지..."
이러고 빈정거림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나쁜년
그치만 나쁜년도 이번에는 엄마랑 같이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하네요
공항에서 엄마 친구들은 눈물 그렁그렁 하시고 우시는데 엄마랑 나는 전화해~ 어어~ 이러고 걍 헤어짐

엄마들이 타는 비행기 5분 뒤에 나도 파리 가는 비행이라, 터미널에 엄마들 넣어드리고 나도 내 비행기 뜨는 터미널로 넘어가서 일찍 체크인하고 쉬다가 열흘만에 귀가
젊은 외국인 여성이라 비상구좌석 배정받음 감사감사
공항에서 집에 택시타고 오니까 한 시였지만 집에서 야옹이랑 남펴니의 환대를 받으니 즉시 기운이 회복되었다.
인생의 큰 숙제를 해낸 기분이 든다. 엄마가 또 오실 수 있을 때 얼른 더 모셔야지... 다음엔 스페인쪽으루 가보려구.
그리구 그 즈음해서 나의 책이 교보 베셀 3위에 올랐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당.
친구들이 막 사진도 보내주고 그래서 신기했어...
완전히 미술도 아니고 완전히 여행도 아닌 책이라 타겟층이 좀 좁다고 생각했는데
베스트 셀러? 제가요??? 상태가 되었잖니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 블로그에 자아표출 안 하려고 했는데 안 그러면 일기를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쓰고 있음ㅎ..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거?
아직도 운동 시작 안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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