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너무 바쁘게 지나간 아름다웠던 9월의 날들과 지칠대로 지쳐서 땡벌 컨디션이 된 10월 2주차의 나...!
한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9월 초에는 조금 조용한 날들이 이어지는듯 하였다.
은은하게 쉬는 날 없이 매일매일 일을 하고, 미뤄두었던 행정 업무 같은 걸 해결해가면서 운동에만 집중하던 날들
그리고 디자인위크 행사로 출장 오신 정작가님과 번개를 때림

맛이 훌륭하진 않지만 나름 에펠탑 뷰에 조용하고 시원해서 좋아하는 퐁피두 센터 꼭대기의 조르주에서 만나 지난 2년간의 안부를 묻는 시간. 코로나 기간 때 일이 없으니까ㅠㅠ 통역 행사 나가면서 닿은 인연인데 작가님 성향이 장군이시라서ㅋㅋㅋ 이번엔 일을 도와드리지 못하는데도 연락주셔서 하하호호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인연을 다 이어갈 수는 없겠지만 닿아있는 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때 선물 받았던 드립백 이제 거의 다 마셔서 하나 남았음...!
원두 갈기 귀찮은데 에스프레소에 물 탄 아메리카노는 안 땡길 때 기분 전환으로 넘 좋은 거 같어...
오후에 사무업무 보면서 사소한 즐거움이 되어주어 좋았다.
나는 이십대때 넘 힘들기도 했지만 뭘 새로 경험하는 것에 몹시 목말라하던 애였는데
삼십대가 되니까 이제 지나칠 정도로ㅋㅋㅋ 안정을 추구하고 예전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스스로 느끼는 중)
좋고 나쁜 것의 문제가 아니라 뭐랄까. 그래도 일상의 패턴에서 뭐라도 재밌는 일을 찾으려는 경향만은 조금 남아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근데 사실 별 생각 없이 살고 있음. 정말 그냥 사는 것임... 가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추석때 바빠가지고 또 동료들이랑 번갈아가며 도시락 싸기 했는데 남이 싸 준 김밥 왤케 맛있는지...
내가 김밥 너무 좋아하니까 남펴니가 무슨 사연이라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닥... 그닥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 건 아니다.
소풍때 엄마가 말아주는 김밥, 다행히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가끔 그게 안되면 이모들이 싸주셨고. 사먹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상처가 되고 그러진 않았던 듯...

루브르에 서비스 멍멍이 친구들이 유난히 많았던 날. 개파라치 출동

이날 또 밥 할 기운 없다고 가련한 척 해서 남펴니가 밥 사줌
이 정도면 거의 배우임...
지옥에서 온 한식러버이지만 우리 동네 한식당은 좀 별로이고 둘이 먹는데 한식당은 잘 안 가게 되어서 중국집에 가서 꿔바로우나 먹었다.
마라룽샤 같은 거 먹으려고 했는데 장갑끼기 귀찮아서 대충 주문했더니 밥상이 허얘졌지만

다 먹고 나와서 쏟아지는 비를 뚫고 버스를 탄 것도
폭우 사이를 막 달려 집에 쫄딱 젖어서 귀가 한 것도 너무 웃겼다.
씻고 나왔더니 비 그쳐서 열받았지만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정말 무공해 웃음으로 배 아플 때까지 웃은듯...

작가님이랑 며칠 뒤에 다시 만나서 점심 먹는다고 사진 찍었는데 이렇게 남겨진 것을 나중에 발견함ㅋㅋㅋㅋㅋㅋㅋㅋ
추억할 수 있으면 됐지!!
나름대로 갬성이다.

낙엽사이를 걸으며 출근하기.
가을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아서 날씨 좋을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밖에 나가줘야 하는데
안 그러면 겨울에 진짜 너무너무 우울한데ㅠㅠ
나가서 놀 시간이 없다... 장사가 잘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ㅋㅋㅋ 너무 안 쉬어..

그래도 생각이 단순해지니까 와 날씨 좋다! 와 분위기 좋다! 하면서 또 그런대로 잘 살아짐
우선 건강하고 밥 먹고 사는 걱정 안 한다는 점에서 이 삶에 감사를 할 줄 알아야겠지... 나 착하게 성실하게 살고 있으니까 올해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시면 좋겠당. 우리집 산타가 이 일기를 읽으면 좋겠구만 그는 이 블로그의 존재를 모르네... 뭐.. 알아서 하겠지...
야 근데 시간 진짜 뭐냐
내가 작년 12월에 한국 갔다 온 일기 쓰지 않았나? 쫌 있으면 또 12월이라고???
정말 무섭다 시간아

남펴니가 갑자기 허니버터아몬드 선물 받아와서 내가 한 봉지 낼름 얻어먹기
생각보다 진짜 넘 맛있더 저 아몬드;;;
그냥 허니버터칩 유행에 편승한 아류 상품인 줄 알았는데 처음 먹어보고 너무 깜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달 너무 예뻐서 걷던 걸음 멈추고 하늘 사진 찍은 날
이렇게 보니까 되게 아련하다... 이제 이때보다도 해가 훨씬 짧아졌다.
곧 썸머타임도 끝날 것이고... 어두울 때 출근하고 어두울 때 퇴근하는 날들이 오겠지.

남펴니가 갑자기 베이글 먹고 싶다고 해서 아침에 베이글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발라먹음
유사 뉴욕
왜냐면 내가 가기 전까지는 고칠 수 없다는 미국병을 앓고 있기 때문인데
곧 다가온다
하반기 메인 이벤트
5년만의 뉴욕 흑흑

호르몬이 날뛰기 시작하면 초코를 처방해주어야 한다.
크렌베리 아몬드 초콜릿 오랜만에 먹었는데 여전히 맛있더라규...
초콜릿도 한 번 빠지면 멈출 수가 없는 장르라서 자제하면서 먹어야하는데 맨날 한 판 까면 앉은 자리에서 반판은 먹어야 멈출 수 있음ㅠㅠ
작작 먹어라

비오는 날 출근
나의 모네 우산...<3
3년 전에 선물받은 건데 같이 지베르니에 갔다가 사온 거다. 우산 자체가 튼튼하지는 않은데 일단 가볍고 프린팅이 예뻐서 비바람에 너덜해진 부분은 바느질까지 다시 해서 애지중지 하는 중. 물건에 애착을 갖고 오래 쓰는 것도 제법 재밌는 것 같다.

파리에 찰스 부부 내려와서 시청에 영국 국기 걸어놓고 손님 맞이 하던 날
내 손님은 아닌데(당연함) 일단 요란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면서 나는 내 일상 살아야지..

피트니스맨이 된 나의 일상
수건을 목도리 삼아 운동 마치고 집에 가기
땀 마르면서 찬바람 들면 감기 걸려
아프면 일을 못해 절대 아파선 안돼 빨리 집에 가서 뜨신 물로 샤워하고 자야지 룰루<< 이런 마음으로 매일을 사는 중..
그래서 제때 일기를 쓸 시간이 없었음

길게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온 a와 새로운 식당에서 저녁 먹은 날.
별로 큰 기대없이 간 집이라서 아주아주 훌륭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말고 미국 아즈머니 아조씨들이 많아서 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집인가? 싶었음
부채스타일 메뉴판이 새로웠고 읽기에 편했다.

전식으로 달걀... 어쩌고와 호박꽃 튀김을 주문
달걀 어쩌고는 훈제연어에서 비린내 나는 바람에 나는 잘 먹지 못했고 a가 맛있다고 잘 먹음
하여간에 비린내에 대해서는 유난보스...

원래 메인요리로 가지 먹으려고 했는데 옆 테이블 미국 어머니들이 돼지고기 드시는 거 보고 갑자기 마음을 바꿈
넘 맛있는 냄새가 나서... 글구 진짜로 맛있게 먹었다.
내가 지나간 덕질에 대한 어떤 회한ㅋㅋㅋ을 털어놓는 대화가 이어졌는데
평생 머글로 살다가 이제 덕질을 막 시작하고 3년차가 된 그녀는 갓 입덕했을 때에 팬클럽 친구들과 십수년간의 우정을 쌓은 나더러 너무 신기하다고 했었다. 그치마나 그 사이 본인도 본인의 영역에서 잘 자리잡고(?ㅋㅋㅋㅋ)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있었고 이제 어떤 영역에 온점을 찍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머글일 때도 말이 잘 통해서 좋은 친구였는데 이제 막 그... 어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ㅋㅋㅋㅋㅋㅋㅋ)을 공유하고 공감받을 수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다.

볕이 좋은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9월 하반기 내내 쉬는 날 하루도 없이 매일매일 일을 했다.

하반기 전시가 시작될 예정이라 큰 기대를 품어보기도 하는 것이 일상의 사소한 기쁨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를 상상하면 아득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방법은 있어 왔기에!

따로 출근하면서 각자가 뭘 입었는지 모르는 바람에 퇴근 후 만났을 때 서로 당황함
원래 우리는 커플룩 절대 안 하는 사람들인데(몰개성이라며 서로 극도로 꺼림) 이 옷은 각자에게 잘 어울렸고 원단도 맘에 들었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커플룩처럼 남녀버전을 각자 구매하게 되었으나... 이날처럼 우연히 같이 입고 출근하면 그냥 유난 떠는 부부 되는 것임
그래도 사람들이 이거 같이 입고 나가면 좀 귀여워해줌(ㅋㅋㅋㅋㅋㅋㅋ)

주말이라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도시락으로 대충 급한 불을 끄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왜냐면 이날은 내가 너무너무 벼르고 벼르던 신발을 사는 날이었기 때문에!!!!
들숨날숨들숨날숨 하면서 점심 먹고 돌아오느라 늦는 직원분도 기분 좋게 기다리고 아주아주 신나는 마음으로 찜해놓았던 로퍼를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념사진도 찍었음
왜냐면... 비쌌거든...
내가 이런 신발을 마음대로 막 사서 신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기때문에...
호화로운 물건을 사면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소시민


검은색이랑 갈색이랑
둘 다 너무 예뻐서 진짜 두 개 다 사고 싶었는데
일단 하나만 사서 신어보고 연말까지 계속 눈에 밟히면 그때 하나 더 사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내가 별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엄마한테 말 안 하고 이런 거 살 때 어른이 된 것 같음(...)
사진 다시 보니까 갈색 로퍼 너무너무 아름답다...

컨디션 좀 안 좋았던 날은 밥 하기 귀찮고 메뉴 고민도 하기 싫어서 케밥 먹기
프랑스에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 1위 쌀국수 2위 케밥
사무라이 소스를 넣어 걀레뜨로 주문하시면 너무나 맛이 좋다

언제더라... 또 다 같이 오전에만 일하고 점심 먹은담에 한국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친구들이 이거 사 줌
국화빵이랑 붕어싸만코 중에 하나 고를 수 있었는데 쫜쫜한 떡 식감 좋아서 국화빵으로 골랐음
맛있겠당. 또 먹고 싶당.

그리구 집에 가려는데 지하철 고장났다고 1시간 기다리래서 버스 타러 강변에 나감
달이 예뻤고, 서서히 보름이 되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추석 임박

진짜 너무너무 힘들어서 이번엔 연어 먹으러 가까운 일식당으로 감
프랑스에서 제일 많이 먹은 음식 3위 연어 찌라시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맨날 나는 연어 찌라시만 주문해...

돌아온 무화과의 계절
살살 씻어서 오도독 오도독 소리 들으면서 껍질채로 씹어먹기
사실 나는 인공적인 단맛 중독자라서 과당 별로 안 즐기는 사람인데 이제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밀가루를 잘 소화를 못 시키니까 과일이 좋아지는 경향이 생김
그래도 감자칩 못 끊어 제로콜라 못 끊어 아이스크림 못 끊어ㅠㅠ!!!

의외로 피트니스가 체질일지도...?(응 착각이야)
하체 짱 건강한 나... 10년 넘게 서서 걷고 말하는 일을 했더니 상체와는 비교되지 않는 출발선...
엉덩이를 갖게 되는 그날까지 납작 엉덩이 사람은 하체를 멈추지 않을 것이랍니다.
근데 이제 팔운동은ㅋㅋㅋㅋ 4.5키로만 올려도 덜덜덜덜...
이제 조금 힘 붙어서 알통 비슷한 것도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9키로 겨우 들고 그마저도 두 세트 겨우겨우 해냄
작고 소중한 나의 근육들 화이팅...

너무너무 힘들었던 날
작년에 몽생미셸에서 공수해온 로제 시드르 마지막 병을 까버리다...
3.5도 과실주 한 병에 만취할 수 있는 인생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닌가요
김볶밥과 로제 시드르는 궁합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나 시드르 사러 또 노르망디 가고 싶네

이거 뭐냐면 나의 플랭크 기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자랑스러워서 2분 돌파 기념으로 스샷 찍어놓음
제가 말했죠. 9월에 헬스녀 블로그로 돌아온다고. (? 아무 의미 없음)
근데 진짜 10월 첫 주 미친듯이 너무너무 바빠서 헬스장 일주일에 세 번밖에 못 감
이제 다시 2분 못할 것 같은데 다음 주 되면 또 좀 한가해지니까(아님... 안 한가함...) 다시 주5일을 기약해봐야겠지
안 하던 운동을 하니까 몸이 변하는게 눈으로 엄청 잘 보이는데 살이 빠지고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약간 선이 정리된다고 해야되나
내가 좀 만득이 같은 몸이라서 살이 물렁하고 잡아당기면 잡아당기는대로 늘어나고 이런 피부로 일생을 살아왔는데 한 한달만에 탄력 비슷한 게 생김;; 그니까 이제까지 그냥 대충 살아서 살이 쳐졌던 거라는 게 증명된 것임... 머쓱
암튼 아무 생각없이 나 자신과 약속한만큼의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과정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는 것 같다.

추석날 보름달.
해가 짧아져서 이제는 8시만 되어도 어두컴컴한데, 환한 보름달 보면서 소원도 빌고 기분도 좋아졌다.

종일 치열하게 살다가 사람 다 빠져나간 루브르에서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구나!하면서 퇴근하기.
이 글을 3일에 걸쳐서 쓰고 있기때문에 무슨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나중에 또 이 시절의 나를 추팔할 수 있겠지.
이달에 마음에 새긴 문장: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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