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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일기

23년 11월 파리 일상 / 미국 동부 여행

by 추_추 2024. 1. 8.

아이클라우드 연동을 하면서 10월과 11월 초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가진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모두 동원해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음. 내가 이래서 데이터 세상 못 믿겠다고 했던 건데... 남펴니는 몇 시간동안 고군분투 하다가 미안한지 찍소리도 못하고 자기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를 달래려고 해봤지만 그게 내 기록이냐고!!!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돌이킬 수도 없고 

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 그냥 남아있는 사진들로 어떻게든 이야기 만들어가는 거지. 

11월 초, 고대하고 염원하던 뉴욕으로 출발. 5년만이었다. 

그리고 이때 면세점에서 내 인생의 위시리스트 아이템이었던 샤넬 투톤 슬링백을 구매함.

소시민으로서... 이런 과소비는 또 기록을 해둬야하지 않을까.

 

직업 특성상 구두를 신고서는 시간을 보낼 일이 많지가 않다. 아니, 신을 순 있지만 너무 힘드니까.

그치만 옛날부터 나는 가방은 모르겠고 늘 샤넬의 구두를, 반드시 투톤 슬링백을 갖고 싶어했다. 이유는 뭔지 모름.

하지만 깊어가는 가을에 바로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서 아직도 저 쇼핑백 그대로 열어보지고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음.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그리구 큰 소비를 해서 손이 떨린다며 칭얼대는 나에게 남펴니는 장하다며(?) 향수도 하나 안겨주었다. 

내돈내산 구두와 남돈내산 향수의 콜라보... 나 면세점 쇼핑이라는 것의 참맛을 이제서야 알게된 거야... 

사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비행기가 5시간 연착이라는 연락이 왔었다.

그럼 뉴욕 도착해서 하루를 그냥 날리게 되는 거라 절대 그렇겐 못한다는 나의 의지로 일단 공항으로 가서 델타항공 사무실 방문... 제일 빠른 비행기로 바꿔달라고 요청해서 3시간 땡겨 탈 수 있게 됨.

도착하자마자 타임스퀘어 나가서 설렘 느끼며 인파에 질색하기 

뉴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좋은 인연이 있는 선생님 부부와 자주 만나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도 되어 있었고, 함께하는 여행이라 18년도에 혼자 왔을 때랑은 여행 컨셉이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모마를 안 갈 수는 없으니까.

그림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고 싶은 거 정말 다 하고 온 여행이었음...

저녁 초대를 받아서 맨해튼 야경이 너무너무 환상적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음. 

밤바람에 강바람이 엄청 차가웠지만, 저기에 서서 정말이지 씨지같은 눈 앞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정말로 많아지더라고... 

관광지도 지나칠 수 없지.

사람이 많은 게 관광지의 재미이긴 하지만 늦은 시간에 사람 없는 관광지를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니까!

여행일기는 따로 올리고 싶으니까 그냥 어떤 전체적인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는 사진들만 추려서 몇 장 올려보기.

센트럴 파크 산책하러 들어가서 얼레벌레 하다보니 2시간 걸어버림!!

핸드폰 바꾸고 나서 찍은 사진이라 청설모씨 사진을 일케 확대해서 찍어도 깨지지가 않음에 감탄... 

앱등이 14년차인디 프로는 처음 써보고요. 대만족.

공손한 청설모 친구들은 아주 날랬고, 파리에서 쥐만 보던 나는 뭔가 너무 너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낌

사진 보니까 또 뉴욕병 도지려고 함

이 병은 가기 전에는 고칠 수가 없는 것이므로 그냥 불치와 같음

미국 원정 개파라치

인형이야?ㅠㅠ 넘누머누머누너누머누머너무 귀여운 멍멍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남펴니가 아주 멋진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공립도서관에도 감. 

장하다 장하다... 그가 성공해서 나는 적당히 살고 싶다... 아니 나도 성공 해야지... 근데 일단 먼저 갈 수 있는 사람이 먼저 가면 되잖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등감은 없고요. 그냥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어차피 인생의 전략적 제휴 관계인데 그와 나를 비교할 이유가 없다~!

베이글 사러 가서도 얌전한 댕댕이들 구경하며 웨이팅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음

나. 고흐의 정물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메트로폴리탄에서도 즐거울 수 있었다. 

겨울과 봄 사이, 여름, 가을과 겨울사이 

이렇게 세 번의 뉴욕을 겪었는데 사실 이번 여행에서 본 뉴욕이 가장 아름다웠다. 

역시 미국 동부 여행은 가을인가봐... 물론 눈 내린 뉴욕도 좋았구 한여름의 뉴욕도 좋았찌만. 

고소공포증 조금 극복하고 용기내서 형부가 예약해놓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올라가서 야경 본 날.

나 여기서 이 노래 듣고 싶었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못 들은 게 너무 아쉬워... 

지금 들어야겠음 

 

 

한창 팝송(ㅋㅋㅋㅋ) 듣던 중학생 시절에 알게됐던 노랜데 그때 들었던 노래들 지금 들어도 다시 좋구 그래... 

나 우리 10대 20대 친구들한테 이모의 마음으로 말하고 싶은데 

그때의 감수성이 평생을 좌우하니까 진짜 자기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음 

물론 아줌마는 지금도 그러고 있긴 하지만요 뭔가 기력이 다해서 이제 새로운 드라마도 잘 못 보겠고 새로운 음악도 잘 듣고 싶지가 않고 좀 녹슬어가는 기분임

그치만 이러면 진짜 나이를 먹는 것 같으니까 더 악착같이 요즘 나온 노래도 듣고 계속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 것 같음;;

유-명한 스테이크집 가서 고기냄새에 질릴때까지 먹으면서 깔깔거리기

필라델피아에도 아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 댁에 가서 하루 묵었고, 반스파운데이션, 필라델이파 미술관, 로댕미술관 전부 다 갔다왔다. 

1차는 고층 빌딩의 바에서 샴페인... 2차는 한식당에서 갈비탕에 막걸리... 

3차는 쌤 댁에서 캘리포니아 와인

해독 못하는 간으로 석잔이나 마셨음... 이것이 나의 노력이다!!

몸도 마음도 풍성했던 필리에서의 1박 2일을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와서 

5번가에 있는 '그 티파니' 매장에서 파는 아침을 먹음

매장에서 아예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그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음

허세스럽고 귀여운 체험이었음 

페리를 타고 이스트리버를 가로지르는 여정... 이번 뉴욕 일정 중에서도 유난히 좋았던 시간이었다. 

리버티 베이글 사서 스텀프타운 플랫화이트랑 같이 마시기... 미쳐버린 나의 최애조합ㅠㅠ

그리고 어째서인지 드디어 이번에야 본점에 와보게 된 르뱅쿠키

방금 나와서 따수운 쿠키가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넘 작고 귀엽고 달콤한 가게였다. 

일부러 해 떨어지는 시간 맞춰 브루클린 브릿지도 걸었지...

6년 전에 같이 와서는 둘 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마냥 좋다고 걸었던 그 다리를

사람들과 단절되며 일도 잃고 사람도 잃고 막막했던 어떤 터널을 지나와서 다시 건너니까 새삼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나는 코로나 시기때 별로 안 힘들고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다 지나고. 진짜로 다 지났다고 생각되는 이제와서 돌아보니까 사람한테 마음을 너무 많이 다쳤던 것 같다. 

 

다 끝났는데 뭐.

새로 시작했으니,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남아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그렇게, 신중하게 살아가야지. 

아름다운 걸 아름답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행운이다. 

늘 고마운 나의 언니와 형부에게 환대를 받으며 찾은 마지막 도시는 시카고.

뉴욕보다는 작지만 분명히 어떤 힘이 있는 곳이었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목적 달성

2차 목적 달성

너무너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2박 3일... 

그리고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미국 동부에서의 2주... 

꼭 따로 자세한 일기 쓰고 싶어... 이건 요약본이니까....ㅠㅠ 언젠가 추팔할 날이 오겠지

짜잔 빠리로 복귀~!

라파예트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요란하다는 소문을 듣고ㅋㅋ 선물사러 나간 김에 잠깐 멈춰서 구경하기

나에겐 아주 멋진 어린이 친구가 있는데(작년에 한국 가서도 만남)

이 친구가 아빠 출장을 따라 유럽에 온 김에 엄마랑 같이 파리에 잠시 들러주었다. 

만나서 차 마시고... 내 책 가져와서 싸인도 해주고ㅠㅠ...

용돈 모아서 홍삼 절편 사다준 거 눈물 흘리며 선물 받고... 같이 쌀국수 먹고 에펠탑 야경도 보고 그러고 헤어짐... 

 

코로나때 사람한테 마음 다쳤다고 좀 전에 쓴 것 같은데 

이런 소중한 인연이 새로 닿기도 했으니 병주고 약주고 난리였구나...?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음

다시 돌아온 일상... 출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장보고 고양이 수발들고 

집을 비운 2주 사이에 임시 집사가 되어주었던 친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천천히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날들 

남펴니가 한국에 감ㅋ

맨날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음

근데 청소해주는 사람이 없음

밥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청소하는 시간이 생기니까 특별히 자유시간이 길어지진 않았다.

게다가 11월 말에는... 일 때문에 책상 앞에서 자리를 절대로 비울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오늘의 태양은 떠오른다...! 

 

나의 23년 11월은 여행과 만남이었구나. 

다음의 여행과 다음의 만남도 지금처럼 기쁘고 반가우려면 나는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정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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