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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일기

24년 1월 파리 일상(1)

by 추_추 2024. 2. 2.

새해가 밝았고!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매해 00:00을 보면서 일년이 지났구나, 새해는 좀 더 잘 살아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작은 변화이지만 나... 아이돌 사진이 아닌 배경화면을 몇 년만에 하는 건지 모르겠음
하지만 늘 미남 사진으로 잠금화면을 설정하고 싶다는 욕망은 있어.

무슨 날만 되면 유난을 떨면서 챙겨 먹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거라구. 
1월 1일은 떡국 먹는 날이니, 농축 사골육수 한국에서 가져온 걸로 떡국 한 사발 먹어주었다. 

1월 2일에는 모두 모여 시무식(?)을 빙자한 중국식당 습격
짱 많이 주문해서 먹었는데 미묘하게 지난 번 방문보다 간이 맞지 않아서 당분간 방문을 보류하기로 함
하지만 파리에서 먹는 꿔바로우 중 최고는 여기인 걸... 
다른 메뉴가 별로였어도 꿔바로우 생각이 나면 결국 또 이 집을 찾을 것 같다. 
아주 든든하게 밥을 먹고서는 긴 시간동안 새해의 목표와 다짐, 새로운 사업 계획 회의도 마무리함.

새해 첫 출근.
불과 한 달 전인데 아주 오래 전처럼 느껴진다. 
겨울 아침의 피라미드 광장은 묘하게 붐비는 것 같으면서도 여름에 비하면 사람이 적어 상대적으로는 한산하다. 아직 새벽의 푸름이 남아있고 새벽과 아침의 경계가 빚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겨울, 아침의 루브르에 나가는 게 좋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일찍 해가 저문 피라미드 광장을 지나서 퇴근하기.
최근에 루브르에 몇 번 갔다왔는지 아시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대충도 계산이 되지 않아서 그냥 웃고 말았다. 
지금도 계산할 생각을 하니 귀찮기 그지 없음. 
천 번을 갔든 이천 번을 갔든 아무튼 많은 인연들과 누군가의 추억 속에 함께 녹아있을 나의 시간들이 가치있기를 바랄뿐이야.

최애 덮밥 중 하나를 먹으러 갔지.
이 식당에서는 늘 이 해물덮밥 아니면 돈까스를 먹어왔단 말이야.
그런데 돈까스가 맛이 변해서 너무 실망을 하게 된 거야.
연초에 단골 식당 두 군데를 잃게 생기다니. 이것은 위기이다. 

밖에서 저녁밥을 먹고 촉촉하게 젖은 땅을 밟으며 귀가.
연초에 바쁠 때라 다 같이 일 마치고 밥을 먹었던 것이로구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중ㅋㅋㅋ

갈레뜨의 계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좋은데 싫은 이유는, 내가 갈레뜨를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맛있으니까 일단 먹을 때 넘 좋아... 근데 버터도 많이 들어가고 제법 헤비한 파티스리라서 많이는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글구 물가가 오르면서 너무 가격이 사악해져서 이제 좀 잘한다 하는 집에 가서 사면 한 판에 40~50유로씩 함;; 
그래도 주현절이면 늘 아내가 좋아하는 걀레뜨를 열심히 사다 바쳐주는 남펴니 덕분에 올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게 뭐냐면 선물 받은 건뎈ㅋㅋㅋㅋ 들고 오다가 봉지가 찢어져서 급한대로 대충 묶어가지고 들고 오는 모습이다.
 
10여년 전에 인연이 있던 분께서 짝꿍과 함께 다시 파리를 찾으면서 일부러 나 주려고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오신 것임ㅠㅠ
본인도 외국에 거주하시면서... 한국인에게 인기있는 간식이며 즉석식품 잔뜩 주시고는 거기에 한국 화장품까지 챙겨와주셨다.

진짜 놀라운 건 저 지베르니 파데 12월에 남펴니 한국갔다 돌아올 때 함 써보려고 사놨던 건데 ㅇㅁ 님께서 호수까지 똑같은 걸로 갖다주셨다는 점이다. 
쿠션 파데의 세상이 온 후 이후로는 귀찮아서 일반 파데를 잘 안 썼는데 이번에 피카소x함경식 스패츌라 데뷔하려고 촉촉하다는 걸로 한 번 사본거란 말이지...
한달 사용 후기: 커버력은 별로지만 얼굴에 색칠하는 게 재미있고 케이뷰티 짱이네요!

2차 갈레뜨 ㅇㅋㅇㅋ

미국 미술관에서 책을 몇 권 사왔는데 읽던 거 먼저 읽느라 아직 포장도 못 뜯고 쌓아두었던 더미에서 형부가 챙겨주셨던 초콜릿 상자가 발견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 웃겼다. 받아서 막 사진도 찍고 즐거워했는데 책 사이에 숨겨져 있어서 몇 달 동안 책상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게;; 
발견되었으니 어서 먹어 치워야지! 커피타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빠리에 3년만에 눈이 옴!!! 
퇴근길에 눈 내리길래 너무 좋다~하면서 걷다가 코트에 한송이 떨어졌길래 기념으로 사진도 찍음

중정 트리 앞에서 동영상 찍어 움짤도 만듦;;
눈 내리는 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면 눈 소식에 밖으로 뛰쳐나갈 수 밖에 없어... 

밤 사이에 아주 매서운 추위가 도시를 강타했고, 출근길에 소박하게 눈이 쌓인 튈르리를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눈 길을 공유한 사람과 새의 흔적을 보면서 귀여워하기.

따뜻한 나라에 사는 후배들이 놀러와서 같이 쌀국수 먹고 비엔나스타일 핫초코도 마심.
아 나 1월달에 맛있는 거 많이 먹었네...? 
어쩐지 몸이 무겁더라; 몸무게를 재보진 않았지만 어차피 갈레뜨 때문에 1월은 살 찌는 달이라서 아무 생각 없음 
그냥 행복한 돼지로 살겠다는 어떤 자세

후배들 보내고 저녁 밥 하기 싫어했더니 동업자 부부가 반미 사줘서 신나게 가지고 들어옴ㅋㅋㅋㅋ
중국마을에 가면 늘 장보는 큰 마트가 있는데 그 입구 옆에 반미 잘하는 집이 있다.
10유로의 행복이지... 반미 각 1개씩 들고 뜯어먹으면서 아 베트남 여행 가고 싶다, 생각하기. 

동네에 또 새로운 빵집이 생긴 걸 우연히 발견해서 갈레뜨 3차 시기.
사면서 보니까 빵 오 헤장으로 상도 탄 것 같길래 얼른 하나 같이 사봤는데
진심
파리 최고의 건포도빵집으로 임명합니다.
내가 마음 속으로 정한 파리 최고의 빵 오 헤장 집은 생마르탕 운하 근처에 있는 '뒤 빵 에 데 지데'인데 그집을 감히 능가할 수 있는 맛인듯??? 생각난 김에 다음 쉬는 날엔 거기 가서 빵을 사야겠다.
 
재밌게 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도시.
갑자기 막 이런 특별히 쓸모가 있지는 않지만 그냥 재밌는 의욕이 샘솟았을 때 그냥 바로 가서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 이런걸 포기하지 못해서 아직도 여기에 사는 것 같아. 

올 겨울에는 방쇼도 한 잔 안 마셨다. 
원래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11월에 보졸레누보 나오면 와 맛없다!! 하면서 호들갑 떨어주고 그걸로 방쇼 끓여서 마시고 그래야되는 거였는데 미국 가느라 타이밍을 놓쳐서 23년도 보졸레누보는 맛도 안 봄ㅋㅋㅋㅋ

이달의 음식
등갈비 김치찜
새해 기념으로다가 김치 낭비 메뉴 한 번 큰 맘 먹고 만들었다. 원래 생일과 명절이 아니고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김장김치를 이렇게... 많이 쓰는 메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또 해외거주자의 설움 아닐런지. 
근데 입맛 없고(물론 그런 적 별로 없음..) 기력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이런 거 딱 먹어주면 바로 영혼까지 충전되는 기분이 드는 거야.

고흐전 더 늦기 전에 다시 좀 더 열심히 보고 나왔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하긴 나도 가끔은 질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꾸준히 애정을 주는 그림들은 결국 그의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자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미칠듯한 인구밀도를 견딜 수 있었다.
정말로... 견딘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인기

잘 그린 완성작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손때 묻은 노트에 연필로 대충 갈겨놓은 낙서같은 그림들에서도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난 그림을 좀 그릴 줄 아는 사람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재능이 없고(ㅋㅋㅋㅋ) 다행히도 그걸 빨리 깨우쳐서 헛된 꿈을 꾼 적은 없다. 그치만 그림도 연습하면 는다던데, 지금도 늦지 않은 것은 아닐까? 모지스 할머니도 일흔여섯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는걸? 
하여간에 세상에 재밌는 일은 많고 나는 아직두 젊다면 제법 젊은 나이니까 아직 하나도 늦지 않았어~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된 미국 물건 2
사서님이 선물로 주셨던 브루클린의 카페 원두
산미가 있어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두 원두 갈면서 행복했다. 묵혀놨던 여행 영상 편집도 열시미 해보고... 일상 환기.

여성 동료들과 업무 확장에 대한 이야기 나누려고 같이 밥 먹은 날.
단골 우동집에 사람 너ㅓㅓ무 많아서 플랜 b로 오는 우동집에서 탄탄우동 먹고 기분 좋아짐
원래 맨날 먹던 메뉴만 먹는데 이날은 뭘 좀 바꿔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성공했기 때문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카페에는 오랜만에 온다. 
1895년, 파리에서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곳 아니겠니.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멋진 아르누보 양식이었지만 아쉽게도 실내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예전의 그 멋스러움은 사라졌다. 그러나 파리 전통 카페의 자존심을 지키는 곳답게 차와 디저트가 너무너무 훌륭했지 뭐야... 마리아쥬 프레르 차를 7유로 미만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요즘 쉽지 않은데! 약간 감동 받았어... 나만 해도 오트밀크로 바꿔서 플랫 화이트 마실 수 있는 곳이나 찾아다녔지 요즘 이런 집을 좀 등한시하긴 했지. 
올해에는 의식적으로 예전에 좋아하던 곳들도 다시 찾아가보고... 열심히 돌아다녀보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의욕이 가장 좋은 때는 역시 아침이지!
출근하면서 동쪽에 막 일출이 시작되는 하늘과 자전거부대를 보면, 이미 시작된 하루를 나도 저들처럼 잘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붓질을 해놓은 것 같은 구름 몇 점과 모네 선배님도 울고 갈 인상, 해돋이(2024)
올해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이라 오르세에서 제법 재밌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있던데 몇 개정도는 관심이 있는 주제라서 가볼까 싶기도 해... 역시 사람이 혼자서 책으로만 공부하면 한계가 있으니까... 전문가들이 공부한 걸 가끔 찾아가서 들으며 쏙쏙 좋은 정보를 업데이트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지.

계속 벼르고만 있다가 시간이 없어 못 가본 새 카페에 드디어 다녀옴.
조용하고 쾌적하고 밝고 사진 잘 나오고ㅋㅋㅋ 아주 맘에 들었다. 
위치도 좋은데 호텔 안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안 들어온다는 점도 넘 맘에 듦... 

단점: 에스프레소가 6유로임
 
근데 머... 이 동네 어딜 가나 5성 호텔 카페에서 이정도면 양호하지...라고 생각하며 과자를 주워먹었는데 같이 주는 과자가 대박적으로 맛있음;;; 이렇게 입만 고급이 되어 가고...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는 삼계탕인데 고기보다는 찹쌀죽을 먹는 게 좋아서다. 그럼 닭죽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삼계탕은... 사진찍으면 보기에 좀 그래지지만... 영계를 잘 골라서 사면 2인 가정에서는 두 끼를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 
어머니가 주신 총각무 김치에다가 내가 무친 무말랭이(짱 잘됨) 해가지고 아주 야무지게도 먹음... 
하 깍두기 진짜 맛있는 식당에 가서 남이 끓여준 삼계탕 먹고 싶다.

왕코코 왜 거기 안겨서 언니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지요?
고양이도 아토피가 있다던데 우리 애 그런 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눈썹 위를 너무 긁어대서 한 달에 보름은 우주고양이로 사는듯... 하지만 병원에선 그냥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 거라고만 하시니 속수무책이다. 
집사 마음 찢어져요... 어르고 달래고 약바르고 사죄하고 뒤집어서 배방구하고 식사 잘 챙겨드리고 하여튼 극진히 모셔야됨...
아프지 마 돼지야
사랑한단 말야

어우 1월에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었는지
아무래도 두 편으로 나눠야겠음
오늘 운동 진심으로 해서 너무너무 졸리다🥹

나의 일기를 읽어주는 친구들에게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라는 2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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