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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일기

24년 2월 파리 일상

by 추_추 2024. 3. 1.

다른 달보다 며칠 정도 짧은 2월이지만 올해는 29일까지 있어서일까
아님 예상보다 너무 바빴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빡센 일상을 살고 돌아보는 2월의 일상 일기를 시작해보자.

작년부터 시작된 나의 길(에서) 빵(먹기) 취미는 나날이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는 중
저녁에 먹을 밥을 앉혀놓고 나오지 않는 날에는 귀가 후부터 식사 준비까지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가량이 필요하기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짐을 방지하기 위해 급한 불을 끄는 느낌으로 빵을 하나 사서 먹고 차분하게 저녁밥상을 준비한다. 
 
아무래도 혈당이 좀 신경쓰이는 나이가 되어버린 관계로ㅠㅠ 자주 일탈을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길에서 5유로 미만으로 즐길 수 있는 작고 확실한 행복임에는 분명하다. 

저번 달에 꽈배기 열풍이 불어닥치고 연일 이어진 품절 사태...
그때 이후로 더는 꽈배기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원정을 떠났던 남펴니가 대신에 떡꼬치를 사와서 맛을 보았는데 이건 너무 맛없어서 스리라차 찍어먹음.
어쩐지 불란서인들이 뭘 제대로 한다 싶었는데 그럴 리 없지(^^

단골 식당에서 매번 먹는 음식을 먹은 날. 
오후 내내 면접을 보았고 어쩐지 기가 쭉쭉 빨려버렸다. 친구를 사귀는 자리가 아니니까...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어떤 사람의 면면을 조합해 인연을 이어갈지 말지 결정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로구나.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라 신경써서 보고 듣고 하다보니 기력이 부족할 수 밖에... 

근데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집에도 못 가고 길에서 방황하게 생김.
이런 자투리 시간이 생긴 게 너무너무 오랜만이라 뭘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백화점 가서 안목을 높이자는 의견이 대세가 됨
무슨 흐름인지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설득이 되었고(?)
살 물건이 있다는 친구들 따라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반클리프 매장에 들어가게 됨(?)
새로 온 셀러분이 매우 친절하였고 적극적이었다. 
쥬스 한 잔 얻어마시고 목걸이도 신나게 걸어보고 명함 받아서 나왔는데 언제 살지는 모르겠어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근데 구매를 결심하면 꼭 님께 살게요... 진짜임

괜히 전망대 올라가서 에펠탑 야경도 한 번 봤다.
이야 목걸이 사고 올라와서 보면 더 아름다워 보이겠다! 하며 이 도시가 아름다운 이유를 깨달아버림~

ㅍㄹ 생일이라 머나먼... 너무도 머나먼 15구 한식당에서 저녁 약속.
곱창전골 너무 맛있어서 우동사리에 밥도 한공기 먹음. 탄수화물 파티 해피해피.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랑 재밌는 얘기도 많이 나눴고 밥도 정말로 많이... 많이 먹었다.

한때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엄청 유명했던 스테이크 전문점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여전히 줄이 길었지만 웨이팅은 30분 좀 안 걸린듯.

레어로 주문해서 부드럽게 먹었다. 
정말로 몇년만에 먹는 건데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역시 감튀가 맛있어... 마요네즈도 케찹도 없는 집이지만 
고기 따뜻하게 먹으라고 두 번에 나눠서 준다는 점이 제일 특징적이다. 소스도 달거나 짜지 않고 무난해서 역시 오랫동안 장사가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옴. 
 
'실패가 없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일하면서도 넘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그 선택을 이끌 것인가, 에 대한 고민... 이 질문에 해답을 찾지 못하는 거면 계속 수동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이날 외출의 컨셉이 오래된 집 다시 찾으면서 추팔하기였나?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르 프로코프를 찾았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고 그런 것에 비하면 가격도 좋은 집이라서 좋아하는데 최근엔 올 일이 없었다. 근데 이번에 또 다녀오니까 여기 진짜 좋았구나, 싶어서 앞으로 자주 갈 것 같은 느낌쓰... 
커피 주문하면 저렇게 잔 위에 마들렌과 휘낭시에 사이의 어떤 과자를 올려주는데 맛도 있음. 
그리고 깜빡해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같이 주문했던 초코 타르트가 미쳤음.
메뉴판에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초코 타르트'라고 써놔서 자신감 봐라?! 하고 주문했는데 진짜. 진짜였음. 이제 다음에 파리 오는 친구 데리고 여기 가서 그거 먹여야 됨... 

식사도 나쁘지 않은데... 뭔가 너무 유명해서 관광지 같은 인상때문에 평소에는 자주 오지 않게 되었지만 
2024년 르 프로코프 재방문은 어떠한 전환점이 되어주었음
휴일에도 굳이 굳이 여기를 찾아서 갈 것만 같음. 쏙 맘에드는 장소를 다시 되찾은 만족감. 

화장실 가면서 몰래 셀카 찍기^.^
왜요
저도 저 자신을 사랑한다고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마음을 굳게 다잡은 것 중 하나가 책 좀 읽자!!! 였다. 
특히 일에 관련된 거 말고, 문학을 읽은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올해는 꼭 타인의 창작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는 나의 취향을 되찾고 싶었다. 한 번 도파민에 중독된 나의 뇌는... 집중해서 활자 읽기를 거부하였고... 책장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아보이는 책을 골라 잡았는데도 작정하고 집중하기까지 며칠이 걸렸는지 모른다. 
한 챕터를 읽는데 2-3일 걸린 것 같은데, 마음 먹고 앉은 날 나머지를 다 읽어내곤 뿌듯함을 느낌.
이어서 시리즈의 2권도 읽었고 탄력 받아서 수필 한 권, 소설집 한 권까지 꾸준히 읽어냈다. 
한 달에 세 권씩 읽는 게 일이라니 정말... 예전의 나라면 지금의 나를 너무 하찮게 여겼을듯ㅋㅋㅋ

밥 하기 싫은 날 침대에 누워서 진상을 부리면 남펴니가 김치 볶음밥을 해줘요.
국물 너무 많이 부어 질어졌다며 괴로워하길래 소화가 잘 돼서 오히려 좋다고 칭찬을 함.
계속 얻어먹고 싶으면 전략적으로 살아야 한다. 

동업자 부부가 한국 마트에서 세일한다며 양갱 한 박스 샀다고 나눔해줌
한때는 양갱 매니아였지만... 이제는 입맛이 변한 것일까... 한달 내내 노력했지만 두어개밖에 먹지 못함
눈에 안 보이게 치워놓으면 있다는 걸 잊어버려서 잘 먹지 않게 되는듯...

출근길에 만난 시바
땅에 등 비비고 있길래 시원하냐고 물었더니 개정색하고 짖어서 상처받음
 
시바야.
 
왜요 
전 그냥 시바에게 시바라고 했을 뿐인데

비린내에 취약한 사람이라 집에서 생선 굽기 좋아하지 않는데, 후라이팬 뚜껑을 새로 산 뒤로 자신감을 얻어서 자꾸 시도하게 된다. 
호다닥 겉절이 하고 촉촉하게 구워낸 연어에다가 된장찌개 곁들이면 속이 편안한 한 끼 뚝딱 완성.
특별히 건강식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점점 소화력이 떨어지니까ㅠㅠ.. 저절로 그런 식단을 찾게 된다. 

한국에서 택배가 왔다.
카페를 운영 중인 언니오빠는 남펴니의 친구라서 닿은 인연이지만 내가 더 좋아한다(?)
ㅈㅇ언니의 디자인은 뭔가... 나의 감수성을 엄청엄청 자극한다고.... 내가 짱팬임.
22년에 7주년 틴케이스 보고 너무너무 좋아했던 나인데 23년 8주년 틴케이스에 사브레와 쿠키를 채워서 보내주셨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수제 쿠키를 한국에서부터 받아 먹는 인생... 호강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쿠키를 다 먹고 일어난 자리엔 설탕과 부스러기가 그득했지만 그걸 치우면서 콧노래를 불렀으니,
정말이지 과자가 주는 기쁨은 철이 없고 행복하다. 

글구 고양이 간식도 같이 보내주셔서 고양이도 즐거워함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과 그들의 집사들이 오래오래 행복하면 좋겠다. 

설 연휴가 시작되었을 때 
앞뒤로도 계속 바쁜 시즌이라 도시락 쌀 여력도 없어서 스벅에서 샌드위치에 아아 때려넣은 날
먹으면서 서울에 영상통화 걸었는데 다들 샌드위치 맛있겠다고 해서 분노했다.
아니 가족여러분은 회를 드셨는데 지금 샌드위치가 맛있어보인다고 하시는 건가요??? 진심이신가요??? 
서로가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새해 인사를 주고 받으며 훈훈하게 통화 마무리

튈르리 초입에는 견주들이 애들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한 모임을 하는 특정한 장소가 있는데 이날도 지나가다가 개판을 목격할 수 있었다. 넘 기엽고 소란한 멈머들... 집엔 고영이가 있지만 밖에 나오면 역시 개파라치 하는 즐거움이 있다. 얘들아 건강하려무나...

올해 인상주의 150주년 기념의 해라서 상반기에 또 엄청 큰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올해도 박터지겠구나... 상설관 작품이 얼마나 들어갈지가 기대되고 얼마나 사람 많을지 생각하니까 눈 앞이 캄캄해졐ㅋㅋㅋㅋ
언제는 사람이 없었던 때가 있었나. 무난하고 무탈하게 올해도 누군가의 추억에 꼽사리 끼는 유익한 시간 만들어보겠습니다 아좌좌

무지개가 아름다운 날이었다. 
이날 오르세에 사람 너무너무 많아서 인구밀도 장난 아니었는데 거기 낑겨있다가 폐관시간에 나와서 대왕 큰 무지개를 보니까 현실감이 없더라고... 그래도 가뿐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길은 역시 즐거울 수 밖에!

길빵 시즌 2
저거 사실 엄청 큰 브리오슈인데 점심 다 꺼져서 집까지 가는 길에 못 참고 함냐함냐 
진짜 철없고 돼지 같어 
근데 뭐 
건강한 돼지로 살기로 했으니까^^ 나 진짜 올 겨울에 엄살이 아니라 엄청 살이 쪄서 이제는 앞자리가 변해버린채로 계속 살고 있다. 체중조절을 의도해서 막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그런 성격이 못 되는 나... 머리로만 다이어트 어어 해야지... 이러고 그냥 대충 살고 있음...
 
근데 이제 나이 먹을만큼 먹어서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예전보다 좀 더 강하게 경보를 울린다. 
밥 먹을 때도 혈당 안 오르는 순서로 챙겨서 먹게 되고ㅠㅠ...
건강염려증까지는 아니지만 암튼 올해의 화두가 건강이니만큼... 병원갈 일 없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봄.

어쩌다보니 설 당일에 중국마을에 장보러 가게 되었는데 마침 또 퍼레이드 하는 시간이라 좋은 구경 함
화약냄새를 정말 오랜만에 맡아봤다. 
그러면서 콘서트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 너무 케이팝 팬클럽 출신 같은 발언이겠죠... 

남펴니가 근래 알아 온 새로운 베트남 식당 방문.
쌀국수 권태기가 왔나보다. 쌀국수 집에 가서 새우탕 주문하는 병이 도졌다. 
국물이 깔끔했고 서비스가 좋아서 아마 또 가게 되지 않을까! 
근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그냥 원래 가던 집 가고 싶어짐ㅠㅠ

집에 와서 설날이니까 세뱃돈 달라고 남펴니에게 진상부림
40유로 갈취 성공
사실 나한텐 20유로밖에 안 줬는데 고양이 안고 세배 시켜서 20유로 더 삥뜯음
아 왜 현금 조금밖에 안 가지고 다니는 거야
더 뜯어내고 싶다
 
꼼짝 마 강도다 

삥은 뜯지만 프렌치토스트는 만들어 주는 아내
그게 바로 접니다.
길빵하던 며칠 전의 그 브리오슈에 우유 촉촉하게 먹여서 계란물 싹 입혀가지고 버터에 굽고
냉동이긴 하지만 체리랑 슈가파우더도 올려서 그럴싸한 브런치 만들어 먹임. 

브런치를 먹였으니 시장에 수렵과 채집을 내보냄
본인이 좋아하는 귤이랑 내가 좋아하는 빵과 딸기를 사왔는데
저 빵이. 당장 한국으로 수출시키고 싶은 맛있었다. 궁극의 고소함... 근래 먹은 빵 중에 가장 맛있었고 아직도 저 빵을 능가하는 걸 먹지 못하였으니 2024 올해의 빵 후보에 올려두겠음. 

루브르 카페테리아 피자는 맛이 나쁘지 않지만 한 조각에 10유로정도~
매일매일이 성수기였던 이 시즌에는 어쩔 수 없이 빠르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것을 찾게 된다. 저거 한 조각에 15000원 가까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너무 무섭지만... 요즘 세상에 안 비싼 게 없잖니... 

앞서 건강 염려증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으나 식단일기는 그리 건강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밤 쨈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나온 밤 크림 아이스크림을 찾았는데 안 먹어볼 수 없잖아. 
프랑스에 와서 꼭 먹어봐야 할 것 
이 수준은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 식감이 진짜 부들부들부드럽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밤의 풍미도 살아있어서 난 마음에 들었다.

봄이 오고 있나요
조금씩 빨라지는 일출을 보면서 이러다 정신차리면 금방 썸머타임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을 잃어버려야 하는데 올해는 부활절도 이르고... 적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는걸!
그래도 적응, 해야만 한다. 

참기름 듬뿍 바른 참치김밥 여섯 줄 엄청 크게 만들어가지고 나가서 든든하게 점심 먹은 날
홍삼 필름?!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엄청 가볍고 먹기도 편하게 가공되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함.
이전까지는 에브리타임이 제일 먹기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리를 내어주어야겠는걸...?

그날 저녁엔 설 기념으로 모든 식구가 모여서 새로운 중국집을 찾아갔다. 
카오위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져있는 접근성 좋은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좀 짭짤했지만 서비스가 빠르고 깔끔해서 좋았다. 
마지막에 우육탕면을 주문했는데 너무너무 짜서 몇 젓가락 못 먹은 것이 분하다... 

2차는 혹스턴 호텔
여기 싫어하는 사람 못 봤다구... 데리고 간 모두가 직원들 친절함에 기뻐하고 힙쟁이 장소 같은 분위기인데 가격이 나쁘지 않아서 또 기뻐한다. 여름에 아이스커피 마시러 오기도 좋은 나의 아지트. 유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발렌타인데이라고 남펴니가 귀가하며 초콜릿을 사가지고 왔다. 
무슨 날 챙기는 거 제법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넋을 놓고 살다가 나는 깜빡해버린 것...
난 준비한 게 없는뎅... 하고 머쓱해하자 괜찮다고 했지만 분명히 마음 어딘가에 담아놓고 있을 것이다. (욕하는 거 아님)
결혼기념일에 잘 해줘야징!!!

사실 요즘 나의 최애 간식은 팥 사탕이다.
이거 저번에 일본에서 선물로 가져다주신 건데 단짠함이 너무너무 내 취향이다.
다 떨어지면 일본마트에 안 파는지 구경하러 가야할 판...
하지만 막상 다 먹으면 음 맛있었다~ 하고 진짜로 사러 가진 않음. 그게 나임. 귀찮아서 못 감ㅋㅋㅋㅋㅋㅋ

아기 애옹이 꼬깔 풀고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꼬깔을 스스로 벗어던진 애옹.
작년부터 몇 달동안 꼬깔을 쓰고 있는 게 너무 스트레스 일 것 같아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차에 스스로 속박을 벗어던졌으니 그냥 며칠은 편하게 살게 둬야겠다 생각하고 없이 지내보았는데? 막상 별로 긁지 않는 것임;;; 그래서 계속 자유롭게 사는 중. 

퇴근 길에 문득 돌아본 역피라미드.
거의 매일 다니는 곳이지만 가끔은 따로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 사진으로 한 장 기념하기.

이상하게 올 2월은 사람이 많다. 

특별히 살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잡화 백화점에 10유로 쿠폰 만료일이 다가와서 괜히 기웃거린 날.
지하층에는 각종 diy 용품들과 공구 같은 걸 파는데, 한켠에 청소용품을 모아두기도 했다. 

물론 청소는 나의 영역이 아니지만 가끔 삘 받는 날이면 벽부터 바닥까지 전부 다 닦고 싶어지는 날이 일년에 한 두번쯤 온다. 
보통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무 말도 안 하고 헤드폰 쓰고 장갑 세 겹씩 끼고서는 하루고 이틀이고 어디든지 눈에 띄면 벅벅 닦는다. 몸살 엔딩이긴 하지만 가끔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곳곳에 하얗게 쌓인 석회를 없애는 것에는 전문가가 되었어… 

암튼 여기서 코트 결 정리하는 10유로 언저리의 브러쉬를 샀고, 쿠폰을 써서 추가로 1유로정도만 결제할 수 있었다. 
역시 백화점이든 예약 플랫폼이든 한 군데만 계속 써야 멤버쉽이 빛을 발한다.

백화점 1층 화장품 매대를 구경하는 게 취미였던 적은 없었는데 향수에 취미를 붙이고 나서부터는 오며가며 열심히 시향과 착향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 필수재가 아니고 너무나 사치의 영역이라 미묘한 죄책감을 준다는 게 소시민에게는 더욱 더 큰 욕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아닐까. 
 
요즘 제일 관심있는 브랜드는 커정인데 종이로 시향했을 땐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한테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아서 아직 구매를 하지는 못함.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는 게 재밌기도 하다.
아쿠아 유니버셜 첫 인상이 좋아서 이걸로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팔에 뿌리니까 고수향이 강하게 올라는 것이었다...ㅠㅠ
물론 난 고수를 좋아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향수로 만들어 뿌릴 정도인가?하면 그것은 아니기때문에....
의외로 아 라 로즈가 소녀소녀 감성감성이라서 아직도 생각이 남. 근데 쫌 너무 소녀같아서 고민... 가격은 소녀가 사기에 너무 비싸지만 감성이 소녀라는 것에서 오는 묘한 아이러니. 

마레에 가면 데이트 코스는 늘 이탈리에서 라자냐 먹기로 시작한다. 
파스타는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지만 그래도 남이 해주는 건 좀 다르니까! 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맛있게 먹기.

날씨가 넘넘넘넘 좋았다. 해가 쨍하게 봄처럼 난 주말이라 길에 사람도 많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어우러지는 게 오랜만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나도 파리로 여행 온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나에게 이 도시가 생활이 된지도 곧 15년이다.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진짜 여행자였던 적은 없기때문에 늘 여행자들에게 부러운 마음가짐이 되어버리는 것... 

요즘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마실 수야 있겠지만(당연함... 어른임) 유전으로 간이 좋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조부모님과 아빠 모두 간암, 간경화 등으로 모두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좀... 오래 못 살 것 같고ㅋㅋㅋㅋ 그래서 더 지금을 재밌게 살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길 하냐면 요즘 와인 바 같은 데에 다니는 취미를 넘 갖고 싶기 때문이다. 한 잔 이상 마시질 못하니까 그게 너무 억울한 거다. 마음을 먹었는데 남들처럼 즐기지 못하다니!!! 벌써 억울함... 내가 해독 못하는 간을 가지고도 십여년간 어렵사리 찾은 나의 와인 취향에 맞춰서 야금야금 모았지만 코르크 열어보지도 못한 와인 대여섯병이 집에 늘어서있는데도 2일이상 휴무가 확정된 때가 아니면 와인 병 열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열받음 흑흑

길에서 화인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는 사람들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해서 그렇지 뭐.
이제 날 풀리면 볕 좋은 야외 테라스 있는 데에서 간이 해독을 하든지 말든지 딱 한 잔만 마시고서는 집에 가서 낮잠 자는 날 하루 만들고 말겠음 반드시...
 
별 다짐을 다 해??
근데 이렇게 작정하지 않으면 서서히 뭔가를 의욕적으로 하기가 좀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걸. 

맛있는 식빵집에서 통 식빵을 사다가 껍데기 질겅질겅한 부분 싹 썰어서 버터랑 딸기잼 잔뜩 올려 먹으면 을매나 맛있게요...
좋아하는 게 많아서 좋은 나. 
요즘 화를 너무 자주 내고 있지만 사실 나는 예전부터 화를 내지 않기로 유명한 애였는데... 나이 들면서 사소한 것도 너무 열이 받는다. 앞에서 천천히 걸어 나의 길을 막는 사람... 이건 뭐 세계 어디를 가나 내가 빨리 걷고 싶어하니까 그런 거라고 치면 이런 거 말고 
 
진심 오천년동안 로딩하는 박물관 홈페이지... 매일매일 새치기 하면서도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동종업계 종사자... 쓰잘데기 없는 사소한 걸로 시비 걸고 싶어 하는 일하면서 만난 불란서인들... 내가 변한 걸까, 아님 내가 이 사회를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걸까

그래도 한국 갔다오는 몇 안되는 친구나 지인들이 이렇게 생각해서 뭐 갖다주고 그러면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워서 감동을 받을 정도의 감수성은 남아있다. 정말 다행이지 뭐야... 고마운 게 고마운 줄 모르고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면서 세상이 너무 열받는다면 그렇게는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아직까진 감사와 기쁨을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 

일상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역시 책임져야 할 생명
고등어같이 누워서 빤히 쳐다보는 걸 좋아하는 나의 왕큰아기고양이... 
너무너무 화가 날 때에도 배에 얼굴 박고 배방구 부와아아앙 한 번 하면 기분이 즉시 좋아질 수 있다.
나의 아기천사할모니
대가리 좀 그만 긁으세요.

냉장고에서 라오깐마 소스 사놨던 거 발굴해서 기념으로 가지새우볶음
하 아직 죽지 않았다 넘 맛있게 돼서 뿌듯했음
2월엔 바빴지만 그래도 장보기와 요리하기 밸런스를 잘 맞춰서 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먹은 것 같다. 

물론 군것질도 많이 했는데 이 달의 발견은 부르타뉴 지역에서 만든 마들렌
13개 정도 든 한 봉진데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짱 맛있어서 의외로 아주아주 맛있게 먹으며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맨날 먹던 것만 먹는 취향이긴 한데 가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시도하는 편이고
결과가 어떻든 시도했다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무슨 마들렌 사 먹으면서 함?

 

사실 아무 생각 없음ㅋ

오랜만에 프랑스 식당 가서 밥 먹었다. 

저녁은 너무 지칠 것 같아서 일부러 오후 스케쥴을 빼서 에펠탑 근처에 꽤괜 식당에 가서 3코스를 먹었는데 

역시 양식은 오랜만에 먹어야 맛있음!!

당근 스프도, 오늘의 생선 요리도, 상큼과일크레브륄레도 심지어 와인까지도 다 맘에 들어서 음 역시 안심하고 소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와서 추천해도 괜찮은지 체크하고 이러는 거 엄성 미스테리 쇼퍼같고(자의식 과잉) 

암튼 노는 게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정말이지 직업만족도가 순간적으로 높아짐

(하지만 루브르 생각만으로도 심연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엄청난 분노가...)

초여름에 밖에 내놓은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에펠탑도 볼 수 있구.... 한 6월쯤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 후에 또 미팅이 있어서 자리를 옮겨 카페로... 배불러서 그냥 커피 마실까 하다가 플랫화이트로 노선 변경

아무래도 파리에선 플랫화이트를 아무데서나 팔지 않으니까 보이면 일단 주문 넣어버림;

똑같이 귀리우유로 변경해서 주문해도 맛있는 집은 지인짜 맛있는데 별로인 집은 지인짜 별로인 이유가 뭘까?

이 세계도 깊은 것 같어... 

애옹이 오랜만에 바닥에 안 눕고 집사1에게 포옥 안겨있음

진짜 너무 열받아

왜 둘이 그렇게 애틋하냐고

발톱 깎으려고 접근했다가 공격 당하는 나만 서럽다고

왜 갑자기 데이트했지? 아아 생각났다. 내가 향수 시향하러 가자고 해서 백화점 갔던 날이구나. 

오랜만에 멕씨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타임을 가졌다.

멕씨 마지막으로 왔던 게 일년도 넘은 것 같은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때마침 빈자리가 나서 책장 앞에 자리를 잡았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당근케이크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맛은 있었는데 당케 저거 12유로라고... 호텔인줄... 

하지만 밖에는 비가 오는데 우리는 헌책 냄새가 나고 옛날 팝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아까 뿌린 향수에 잔향이 어떠한지 서로 킁킁거려주면서 보낸 시간... 넘 좋았기 때문에 가격은 잊기로 했다. 비싼 추억이네.

주변엔 혼자 와서 주말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는데, 혼자 카페 나가서 책 읽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20대때는 '이런 시간을 갖는 나 자신'에 취하는 걸 좋아해서 서울에서든 파리에서든 늘 책 한권쯤 가방에 들어있었고 노트와 편지지, 펜이 필수품이었는데. 

이제는 가방에 지갑 열쇠만 있으면 심지어 이어폰 없이도 짱 씩씩한 어른이가 되어버림... 무엇이 나를 이토록 혼자서도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든 것일까? 

어른도 앙버터 프레첼 좋아한다.

풍미가 좋은 프레첼 빵을 사면 중국마트에 가서 팥 앙금을 사오고 버터 중 최애인 에시레를 도톰하게 썰어 넣어서 커피랑 먹어준다. 

최고의 간식. 

물론 뭘 먹어도 '간식'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작은 행복감이 있지만 정성을 좀 더 들이면 그 시간이 좀 더 가득 채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튈르리 정원에 목련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소식

이상하다... 올해 봄이 엄청 빨리 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겨울에 크게 춥지 않았기 때문인가?

한국에 간 집사들이 애옹이들 화장실 모래 전체 갈아주기 부탁을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게 될 와기들

매일매일 아랫층 이웃이 와서 밥도 물도 챙기고 화장실도 점검해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민하신 분들이라ㅋㅋㅋ 좀 험한 일은 우리 부부가 맡아서 해주기로 했다. 애들 오랜만에 보니까 넘 반갑더라규,,, 

청소 다 하고 가려니까 나와서 저렇게 돌아보는데 정말이지 너무 눈에 밟힘ㅠㅠ

2월의 마지막 날. 윤달이라 29일까지 있어 보넛로 하루를 더 얻은 기분. 

일주일정도 날이 계속 흐리고 비가 오더니 강물이 불어나 원래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강변이 전부 물에 잠겨버렸다. 

예전에 홍수 나서 오르세며 루브르 지하까지 물 차서 홍수로 다 문 닫았던 때도 있었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근래 가장 많이 물이 차오른 모습이었다. 

개 사진 못 찍어서 개 발자국 사진 찍으면서 귀여워하는 고양이 집사

오랫동안 일정이 어긋나 만나지 못하던 ㅇㅇ을 만나 지난 번 회식때 맘에 들었던 중국집에 갔다. 

그때 열심히 중국인들이 뭐 먹는지 스캔한 보람이 있음. 둘이 먹기 좀 과한 양이었는데 전부 다 맛있어서 무려 4시간동안 3개월치 수다 떨면서 야금야금 많이 먹어치웠음. 파리 최고의 중국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일 얘기, 여행 얘기, 덕질 얘기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ㅇㅇ만 만나면 탈빠 이후의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말을 하다 보면 나도 뭔지 잘 몰랐던 감정이 이런 모양이었나보다 싶어지고... 아무튼 처음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에 대해서 찬찬히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들어주는 시간도 아니고 또 너무 나 혼자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의 밸런스가 맞아서 더 편하게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런 친구가 여기도 한 명쯤 남아있어서 안심 또 안심. 

 

2월에는 

책읽기를 시작했고

일기는 하나 밖에 못 썼고 

예상외로 바빠서 생활보다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느라 공부를 하진 못했는데 이거 반성하고

심신이 지치는 때가 잦아서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씩 밖에 못 갔다. 

 

3월에는

책읽기를 계속하고

일기는 두 번에 나눠서 쓰고 

상반기 전시일정 체크해서 놓치는 것 없도록 계획을 잘 세워두고

운동 주 3회를 지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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