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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23년 3월 네덜란드 여행 2

by 추_추 2023. 8. 5.

3박 4일 여행이라서 호기롭게 아 이틀씩 두 개로 글 나눠서 쓰면 되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3,4일차에 찍은 사진이...? 없다...?
출발은 거창하게 하는데 지구력이 약해서 늘 마무리에 힘을 주지 못하는 용두사미형 인간의 함정이랄지...
일기도 초반에는 그래도 무슨 기억이든 떠올려서 쓰려고 노오력을 하는데 
뒷심 부족으로 후반부는 마무리하기 급급함^^... 
암튼 3일차 아침이 밝았고 크루아상이 맛있었던 호텔 로비 카페에서 간단 아침. 
아침 안 먹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몸입니다 연료를 넣어요

렌트해서 크뢸러 뮐러에 들렀다가 헤이그로 넘어가는 날이다.
렌트카 사무실이랑 호텔이 좀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암스테르담은 트램이 잘 되어 있어서 어디든 금방 갈 수 있다.
이 동네 건물 몹시 외국같아서 갑자기 사진 찍어놓음

두 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크뢸러뮐러에서
평생 제일 보고 싶었던 그림 중 하나인 밤의 카페 테라스를 보았다.
사진으로 너무 많이 봐서 내가 원작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인 그림이었는데 원작을 보는 건 너무...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있는 미술관이라 관람객이 적어서 관람 환경이 너무너무 쾌적했던 것도 한 몫 했다.
물론 그와 별개로 그림 자체가 주는 행복감이 있어... 좋은 의미에서 정말이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고흐의 그림은 이토록 친절할까? 성격이 그런 사람도 아니었던 것 같은뎈ㅋㅋㅋㅋ
저 테라스에 나와서 술 마시는 사람 얼굴 빨간색으로 칠한 거 원작을 보고 나서야 알았잖니... 진짜 너무 귀여워... 

나는 고흐를 불쌍하거나 안타까운 화가로 기억하지 않는다. 
물론 힘든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알겠지만 솔직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잖어... 그렇게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니까
고흐의 나이를 뒤 밟아 갈 때는 가끔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가 죽었던 나이를 추월하고 나서는 좀 더 편안하게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고, 그가 삶에의 충만함이나 행복감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려고 했는지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그림들이 더 많아졌다. 
스탕달신드롬까진 아니었지만 그냥... 너무 신기했다.
그림을 보러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는 인생을 살게됐다는 것도, 주변에 이런 감정을 같이 공유하고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진짜 고마운 줄 알아야 해... 

물감 두께 장난 아님...
오르세 소장품들 중엔 이렇게까지 두껍게 물감을 쓴 작품은 없는데 임팩트가 다르구나... 역시 본국은 본국이다.
 
세시간쯤 고흐 작품 포함해서 천천히 본관을 둘러봤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이라서 정원도 좋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진짜 너무... 너무너무 추웠고 비까지 오고 있었기 때문에... 배고픔에 눈이 먼 우리는 간절함이 없었다...
다음에 또 오지 뭐.. 하고 바로 돌아서기



어디 썽트르 꼬멕시알 같은 곳에 있는 kfc에서 간단하게(하지만 간단하지 않게) 점심을 먹고 헤이그 시내에 잡아놓은 숙소 도착
잠만 자고 나갈 게 뻔한 바쁜 일정이라 그냥 접근성 좋은 체인 호텔로 대충 예약했는데 수도원 건물을 개조한 곳이었음
계단이 넘 멋졌고 방은 좁았다
유럽 호텔에서 가성비와 면적과 쾌적을 동시에 갖춘 곳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기^^! 
 
사진이 없지만... 이 날 저녁에 인도네시아 식당 체험을 했다.
프랑스가 베트남 음식이 유명한 것처럼 네덜란드 역시 인도네시아 음식이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지하의 펍에 가서 마지막 밤이라며 맥주도 한 잔씩 마셔주고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여행메이트 부부는 네덜란드 여행 짱 많이 왔던 사람들이고 우리 부부는 헤이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부끼리 반나절씩 자유시간
우린 쿤스트 뮤지엄에 가기로 했다.
근데 여기가 생각하니까 테오 얀센씨의 고향이었던 것임
저기 하늘에 매달린 저 친구 플라스틱 파이프를 재활용해서 만든 현대미술품이잖니...
뭐냐면 내가 서울에서 사회초년생으로 얼레벌레 회사 다니다가 집어치우고 알바할 때 테오 얀센 특별전 도슨트했었음
갑자기 진짜 눈물날뻔 했어... 1n년 전의 어떤 순간을 마주본 것 같아서...

응 울지 말고 케이크 한 사발 먹어
당근케이크 매니아 남펴니는 저 당케를 보고 박수를 치면서 당장 먹어야 된다곸ㅋㅋㅋ 좋아했고 
나는 저 애플크럼블이랑 눈 마주치는 바람에...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미술관 보러 오신 거 아닌가요 
왜 먹기만 하는 건지 말을 해봐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지역의 얼굴인 미피처럼요
로얄 델프트로 만든 미피 너무 귀여워서 기념품샵에서 살까말까 3회 고민하다가 돌아섬
근데 사진 보니까 사올껄 그랬나 싶은 생각이 조금 드네? 기여웅

몬드리안 초기작부터 모네, 에곤 실레까지 볼 수 있었고 특별전이 재밌어서 또 한 세시간 구경한듯... 
하루의 체력을 오전에 모두 써버렸습니다 
하지만 오후에도 미술관 가야한다고요 기운을 내야 한다고요 

눈이 펑펑 오는 미친 날씨를 뚫고 마우리츠위스 도착
케이크를 넘 많이 먹어서 점심을 늦게 먹기로 합의 후 일단 미술관부터 클리어 해야 해
네덜란드 미술관 너무 좋다.. . 아니 왤케 쾌적한 거야 
물론 입장료가 비싸긴 한데 상인들의 나라라서 그런가 돈을 냈으니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줌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가장 대표작인데 암스테르담으로 출장 중이라서 그런지 다른 컬렉션은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치만 렘브란트의 의미있는 작품도 있고,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넘 좋은 관람을 하고 나설 수 있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추웠던 비바람과 눈과 강풍으로 물든 여행이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미술관들도 좋았고 처음 가 본 곳도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고 전체적으로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제 언제 또 네덜란드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날씨 좋을 때 가서 튤립 구경도 하구 풍차도 구경하면 넘 좋을 것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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