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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일기

24년 8월 파리 일상

by 추_추 2024. 10. 12.

대학을 졸업하고 여름에 이렇게 한가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아 있었다 코로나 때 여름 두 번을 그냥 놀면서 보냈지ㅋㅋㅋㅋㅋ 근데 그때는 마음이 편치 않아 이렇게 신나게 보낼 수 없었으니까 없었던 셈 치고(?) 올 여름이야말로 신나게 아주 신나게 놀았다. 
 
양궁 보러 가는데 전 세계의 지인들이 우리 구경한다고 다들 티비 앞에 있을 거라고 해서 어떻게 해야되냐... 고민하다가 결국 한복을 꺼내입었는데 관종 천지라서 우린 그냥 전통의상 입은 사람 됨^^
경기장 입장하기 전에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존도 있었구... 한 자원봉사자분이 우리는 선수들이랑 사진 못 찍으니까 니가 입은 예쁜 드레스와 너를 한국 금메달 기념으로 찍어가야겠다(ㅋㅋㅋㅋㅋ) 뭐 이런 얘기도 하시고 아무튼 남의 사진에 많이 찍히는 이벤트데이였다.

야 태어나서 금메달 따는 장면도 직접 보고 성공했다 야....

근데 이날 너무 해가 뜨거워서 잘 구워진 오징어가 됨...
손가락 접히는 부분만 하얗고 새카매짐!!! 뭐 여름이니까 타는 거 당연하지~ 다만 좀 쪼글쪼글해진 기분이 들어서 이후로 팩을 열심히 해주었다.

중국마트에서 장보고 버블티 한 잔 마셔주기... 쟈근 행복
밀크티 넘 좋아하는데 나이 먹으니까 이제 소화도 잘 안 되고ㅠㅠㅋㅋㅋ
우유 들어간 음료는 너무 배불러서 잘 안 마시게 되다보니 몇 달에 한 번 마시면 정말 큰 이벤트가 된다. 그래서 더더욱 한 번 마실 때 행복하게 마실 수가 있음~!

본격적인 올림픽 기간동안 프랑스 기업들도 신나게 자사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어딜 가기만 하면 행사장에~ 무료 나눔~ 
나는...15년간 프랑스에서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본 역사가 없어...
이 사람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이제까지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 했던 거였냐?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잠깐씩 열도 받았지만ㅋㅋㅋㅋㅋ 세계인의 축제 속 주인공이 된 기분에 자국민이 취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나도 언제 이런 이벤트의 중심에 있어보겠나 싶고 양궁 직관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이후로 뭐라도 더 보러갈까 싶었는데 티켓 구하기가 전쟁이라 더는 아무 것도 관람하지 못함^^ 하... 더 사놓을껄.

ㅍㄹ네 할머니랑 어머니 만난 날
몇 년 전 여름에 할머니 댁에 같이 가서 하룻밤 자고 온 인연으로 늘 명절마다(크리스마스) 안부도 여쭙고 했는데 여름에 파리에 와계신다고 해서 같이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귀여운 수제 쿠키 세트를 선물로 가져다주심ㅠㅠㅠㅠ
나는 양쪽 조부모님이 모두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언제까지고 똥강아지 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
근데 무슨 말을 해도 재밌어해주시는 할머니 앞에서 그냥 나이 많은 외국인 손녀가 되어버려...ㅋㅋㅋ
따수운 시간이었다. 한국 가서 할머니 선물도 꼭 챙겨와야지...

올림픽 성화는 늘 튈르리 정원에 열기구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해질 무렵인 밤 10시가 되면 하늘로 띄우는데, 올림픽 내내 한 번도 밤에 밖에 안 나가다가 폐막을 며칠 앞두고 더 미루다가 못 볼 것 같아서 마음 먹고 외출을 했다. 
석양이 저무는 하늘과 에펠탑, 올림픽 성화? 낭만 미쳤음... 

밤 10시 정각 반짝이를 보면서 하늘에 떠오르는 성화를 사람들과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구경한 순간은 올 여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인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매월일기에 사진이 안 등장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중국 식당의 소고기 요리
또 맛있는 거 잘만 먹었다는 뜻

밥 맛있게 먹고 조금 늦은 상반기 결산 회의를 하고 폭염에 녹아내리던 날... 사진으로 보면 그저 아름다운 여름날일뿐이다. 
근데 진짜... 진짜 개더워서 죽다 살았음...

이날도 너무너무 더운 날이라 도저히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어서 에어컨 나오는 백화점으로 피서
오페라 근처에 있는 린트 초콜릿 샵에 가면 친절한 직원들이 초콜릿을 하나씩 쥐어준다ㅋㅋㅋ 입맛도 없고 기력도 부족하니까 반갑게 받아서 얼른 먹어치우기.

올 여름 나의 소울푸드였던 복숭아 리코타 샐러드
정말 미쳤어 여름 맛 그 자체
단 걸로 하면 달아서 맛있고 안 단 걸로 하면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레시피
복숭아 슥슥 썰고 리코타 숭덩숭덩 모짜렐라면 그냥 찢어 올리고 
올리브유 휘리릭 
레몬즙이나 화이트 비네거 휘리릭 
소금 살살 후추 살살
완성
 
일기 쓰는 지금은 10월인데(...) 너무너무 그리운 여름의 맛이다.

ㅇㅎ언니가 그리스 휴가 다녀오면서 사다 준 그 나라 과자 3종
왼쪽에 있는 오트밀 쿠키의 단짠 비율이 너무 좋았다. 그리스 음식에 편견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 맛만 좋더라!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그리스로 휴가 가고 싶다고 생각함...

최애 피자집에서 같이 운영하는 포카치아 샌드위치 집~ 입맛 없을 때 점심 한 끼 뚝딱^ㅠ^
무화과 잼을 스치듯이 발라 속을 채운 메뉴가 맛있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제대로 된 포카치아를 먹고 오지 못했지만 이 집 샌드위치가 맛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ㅋㅋㅋ 

지하철 개파라치는 행복함... 사람을 보면 화가 나는데 털복숭이들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짐^^

여름의 메뉴, 히야시 츄카
예전에는 나이 먹는 게 너무 무섭고 좀 막막했다.
그치만 이제는 계절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중... 

추또중
추추 또 중국음식 먹음ㅋ
오랜만에 찾은 단골식당의 음식은 여전히 맛있었다. 나의 유일한 중국인 친구가 준 최고의 선물은 바로 이 식당을 알려주었다는 것임... 역시 자국민 추천 식당이 최고다.

회식 2차, 3차 
우리 뭐 맨날 술만 마시는 사람들의 집단 같은데 한 달에 한 번쯤인데 괜찮지 않나요.
안주도 열심히 먹고 좋은 와인도 열심히 마셔가면서 취향을 견고히 하는 나의 서른 몇 살... 

그리고 미루고 미루던 마티스의 붉은 화실 전시도 다녀왔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일년에 한 두 번 씩은 가게 되는데 그만큼 갈만한 전시를 기획한다는 뜻이겠지~
뉴욕에서 보고 왔는데 기억에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찌된 일인가? 너무 좋은 걸 한 번에 많이 봐서 기억을 못하는 것임
근데 사실 나는 모마에 세 번을 다녀옴
하지만 기억을 모두 잃음
어쩔 수 없이 또 가야함
^^...
 

그리고 이 방문으로 문득 이 공간 자체의 매력에 이제서야 눈을 뜨게 되었다.
프랭크 게리 유명하지! 근데 뭐가 좋다는 건지 사실 잘 체감을 하지 못했었다.
그냥 유명해서 알게되는 그런 거였는데 진짜로 '좋다'라는 감정을 느껴버린 것이다. 
직선과 곡선, 물질과 비물질의 조화, 선과 색 같은 요소들이 갑자기 확 정말로 확!!! 다가와서 그 어떤 때보다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연결된 놀이공원쪽을 지나며 어느덧 물러나기 시작한 여름을 아쉬워도 하고
성큼 다가선 가을을 느끼다...! 

아침부터 바삐 다녔으니 점심은 쌀국수
디저트는 푹 빠져버린 이팡 버블티
사가지고 온 전시 도록을 뒤적이며 휴일 기분을 만끽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미국 가면서 공항에서 샀던 나의 인생 위시템 샤넬 슬링백을 9개월만에 개시...!
박스에서 꺼내지고 않고 몇 달을 보내면서 언제 신을 수 있나 기회만 노렸다.
날이 너무 추워서 못 신고 더워서 못 신다가 드디어 적합한 계절을 만남...
 
마지막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 선물 사러 백화점 나가는 일정때 야심차게 신어봤는데
구두를 너무 오랜만에 신어서 2시간만에 갓 태어난 아기 기린이 되어서 집에 왔음...
역시 이제 굽 있는 신발은 차 타는 날 아니면 절대 신을 수 없게 되었구나... 
 
하지만 역시 구두를 신은 날 어른된 기분에 가장 심취할 수 있다ㅋㅋㅋㅋ 이젠(10월) 너무 추워져서 다시 못 신지만 내년 봄에 한 번쯤 더 신을 수 있지 않을까? 

이불보 세일하길래 인터넷으로 주문 넣었는데 색깔이 완전 잘못와서 반품했어야 하지만... 귀찮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새거 좋아하는 애옹이만 신났다고 하네요.
글구 이제 8월말에 또 6일간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가 남아있는데... 정리가 가능한지 모르겠음... 
근데 언제까지고 추억을 덩어리째 끌어안고 있을 순 없으니까 여행가방 정리하는 기분으로 잘 정리해봐야겠다.
연말에 요 매월 일기 몰아서 읽는 재미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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