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넘게 일하던 파트너와 계약 종료일.
오래 공부하면서 좋은 인연이 닿았던 그녀의 앞날과 밝은 미래를 빌어주며 오랜만에 마를리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늘 오고가기만 했지, 막상 앉아서 즐긴 게 벌써 몇 년 전이라 어색한 걸음으로 입장했는데
아무리 십 몇 년 째여도,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어도 에펠탑 보이면 그냥 좀 비현실적인 기분이 됨.
이것이 파리 매직일까?
이제 나는 이 도시에 대한 애증이 너무 심해서 그냥 좋을 땐 좋고 짜증날 땐 개짜증나는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곳이니까 어떤 또 다른 결심을 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잘 타협하면서 버티고 또 버텨야지. 내 나라 아닌 곳에서는 그저 서러운 일들 투성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서 살든 다 이정도 서러움은 겪는 거 아니겠냐며...
ㄱㅇ씨가 며칠 머문다고 한국에서 라면이랑 맛있는 과자랑 그런 거 한보따리 가져다줬는데 그 중에 콩국수가 있었다.
나 진짜 콩국수 귀신이잖어... 하지만 여기 콩국수 파는 식당이 문을 닫아서 몇 년째 먹지 못하고 있었는데 라면으로 나왔더라...?
그냥 먹으면 좀 짜서 인절미 가루 두 스푼 정도 섞었더니 걸쭉하고 간도 딱 맞아짐... 네 봉지 나 혼자 다 먹음^^
설탕이냐 소금이냐의 기로에서... 걍 조금씩 다 넣으면 되는 거 아님...?
아 또 운동 가는 길에 빵 먹었네
아 다이어트 아니고 노화 방지 운동이니까 쇼숑 오 뽐 먹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아 고속노화 음식이라고요...? 죄송합니다. 근데 맛있어요... 버터 잔뜩 들어간 파이지 속에 사과 퓨레가 들었다고요.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여름이 되며 나도 수박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합법적으로 수박 많이 먹어도 되는 계절... 2인 1묘 가정이니까 수박은 2인만 먹는데 늘 한 통을 사서 이렇게 밀폐용기에 쟁여놓고 이틀에서 사흘이면 끝장을 내버림!!
동거인이 나의 수박 영업에 넘어와서 이제는 사다달라고 주문 안 넣어도 퇴근길에 알아서 사오는 지경이 되었다.
히히 좋아하는 거 같이 좋아해주니까 너무 신나던데...?
동네에 또 맛있는 포카치아 집을 찾아버렸다.
재난임... 왜냐면 엥겔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별 거 안 들었는데 그냥 빵 자체가 맛있으니까 하염없이 먹고 싶어짐... 이런 건 집에서 만들면 그 맛이 안 난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곧 이탈리아에 가니까 가서 맛있는 포카치아를 먹자'고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여행 중 포카치아? 한 번도 못 먹음ㅋㅋㅋㅋㅋ
이날 빵 사가지고 오는 길에 화장솜 사러 갔다가 찹쌀떡 같은 촉감을 가진 쿠션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야옹이가 너무너무 좋아할 것 같았다.
40유로 주고 얼른 사가지고 왔는데 우리 효녀... 언니 감동 시키기 위해 얼른 올라가서 식빵을 굽고 계심...
아직 택도 안 뗐는데ㅠㅠ 영역표시에 감동하는 집사가 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너무너무 귀여움
언니가 뜬 수세미로 유사 빵모자 착용 시도
애옹: 재밌니...?
약간 못난이처럼 나왔지만 그렇지 않음 각도가 잘못됐음 이건 사진을 잘못찍은 인간의 잘못임
동거인이 밤에 산책 나가자고 하는 걸 쿨하게 거절한 날이었다.
이제 생각하니 좀 미안한데(....) 너무 피곤해서 무리를 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그 피로함까지 극복하는 것이 의리 아닐까?
그렇다면 너무 미안하지만 난 극복에 실패했으므로ㅋㅋㅋㅋ 그는 혼자 산책을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귀가한 그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는 것이었음... 감동실화
아니 산책 가서 아이스크림 사다주는 게 뭐 그렇게 감동이냐고 하면 할 말 없긴 한데 그냥
한 십년 같이 살다보면 서로에게 무뎌지고 그냥 대충 각자 알아서 서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뭐 그런 게 있단 말임... 근데 마치 나의 호감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이렇게 노오오오력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새삼스러운 것이다.
물론 같이 사는 와중에 처음 이런 이벤트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새삼스럽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자.는 감상을 느꼈달까... 같이 안 나가줘서 미안했음.
앗...?
고도의 멕이기였던가...?
그렇게 생각해서 내 정신 건강에 이득될 것이 하나 없음.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호도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하 요즘 너무 피곤한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늘 의도가 있을 거라고 예민하게 보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다ㅠㅠ 사람 만나는 일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게 체력적인 한계보다도 더 힘듦... 우리 그냥 서로가 인간적인 존중을 한다는 전제하에 다 같이 좋게 살아보면 어떨까...?
"아니 근데 그쪽에서 먼저 (이하생략)" 스러운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니까 어쩔 수 없이 방어기제가 강해지는 세태를 내가 뭐라고 할 순 없지... 휴 모르겠다 그니까 그냥 아이스크림에 행복해하면서 룰루랄라하는 거야 그게 내 행복이니까...
화목한 우리 가정의 외식날
벌써 꽤 오래됐는데 빠리에서 수제 버거가 유행하면서 생긴 로컬 브랜드. 이 집 고구마 튀김이 맛있다. 근데 튀겼으면서 맛이 없기도 힘들지 않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랜만에 가니까 번도 맛있고 이래저래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음. 다만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예전엔 15유로면 음료까지 포함된 세트를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훨씬 웃돌아서 이야 정말 외식물가 무섭다...라고 생각.
서서히 달궈지는 날씨... 하지만 여름이 다 지나고 이제 돌이켜보니 올 여름도 너무 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 체리 귀신인데 올해 체리를 이때 딱 한 번 밖에 못 먹음
왜지?
7월 중 호텔비가 오르면서 점점 여행자가 줄어드는 기현상!
애옹이 연간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올해도 피검사를 했다.
집에만 있는 애니까 병원에 가면 당연하게도 상당히 예민해지는데, 또 막 지랄맞은 성격은 못 되어서 주사 맞고 피 뽑고 그럴 때 끙... 이런 소리만 내고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그걸 보는 집사의 가섬은 찢어져버려.... 얼른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 혼자 남아서 피검사 결과지를 기다리는데 병원 애옹이가 나타나서 위로를 기가 막히게 해 주심
대체 고양이는 뭘까...?
다리 삭삭 스치고 밑에서 올려다보고 눈 뽀뽀 해주고... 나도 눈물이 차올라서 또르르 흐르기 전이었는데 얘 보고 눈물 쏙 들어감
다행히 12살 우리 고양이는 나이에 비해서 검사 결과가 아주 좋다고 해서 룰루랄라 귀가
몸무게도... 돼지인 줄 알았는데(ㅋㅋㅋ) 정상 범주라서 궁디팡팡팡팡...
ㄱㅇ씨가 다녀가면서 주고 간 한국의 맛있는 것들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김부각
뭐야? 너무 맛있는데?
2024년 올해의 맛으로 선정하고 싶은 지경임
너무 맛있습니다. 달고 짜고 감칠맛 대박임...
우리 애옹이 남집사에게 포오오오옥 안겨서 고개 처박고 자는 거 너무 귀엽고 열받음
사랑해
꺄아아악 왜 샀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집에서 딸기 케이크 먹었나보다
정말이지... 아무 사연 없이 그냥 먹고 싶어서 샀나본데?! 먹은 기억이 전혀 없어!!
이래서 너무 오래 지나면 안되는데... 이거 쓰는 와중에 벌써 9월됨...
애옹
물개인가요?
애옹
우리집 귀염둥이
날씨도 좋고 발걸음도 가벼웠던 어떤 날
구름이 일부러 뿌려놓은 것처럼 하늘에 가득했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아끼고 아끼던 순대 먹은 날...
회심의 떡볶이와 함께 한 점씩... 소중하게...
사실 한국마트에 가면 파는데 뭔가... 내가 생각한 관념적 순대의 맛이 아닐까봐 굳이 사 먹지는 않고 한국 가서 꼭 '길에' '서서' 먹고 온다. 지난 봄에 ㅈㅈ언니가 오면서 안겨주고 가셨는데 아끼고 아끼다가 휴가 전에 아주 맛있게 한 끼.
출근 전에 헬스장에 가면 나보다 남펴니가 날 더 자랑스러워 함
그래서 가는 건 아니고 그냥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면 생각이라는 걸 하지 말고 걍 가야됨...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그날은 운동 못 가는 것임
몸을 일단 헬스장으로 옮겨 놓으면 걷든지 뛰든지 쇠질을 하든지 뭐라도 하니까 일단... 가야한다.
이날도 아침에 헬스장을 갔는데 갑자기 너무 좋은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음
뭐지 하고 보니까 라이즈 노래였음
이야 나 듣는 귀가 신세대인가본데? 라고 생각하며 수록곡까지 들어봄
역시 에스엠 노래가 좋음...
낮술데이
사유: 혁명기념일 전날이라서 내일 쉬니까~
멋진 야옹이가 있는 카페에서 와인 한 잔 하고 며칠 뒤로 다가온 여행 준비 못했던 거 마무리했다.
일주일 집을 비운 사이에 애옹님을 모셔 줄 임시집사를 위해 냉장고를 비우지만 채우기도 해야 함
그것이 우리의 사소한 성의이자 의식(?) 같은 것... 그리고 가끔 넘넘 생각나는 새콤젤리...
맛있는 거 사왔니~?
거의 여사님이셔... 너무 사랑해 나의 깜고
사진빨 잘 못 받아서 좀 못난이처럼 찍치는데 진짜 우리 아기 너무 사랑해... 찹쌀떡 쿠션을 애용하시는 모습에 집사언니 올해의 가장 잘 쓴 소비로 이 쿠션을 손꼽음
냉장고를 비워서 집에 먹을 게 없었기때문에(ㅋ) 핑계김에 얼른 한끼 나가서 사 먹고
카페도 들렀는데 점심시간이라 커피만 마실 순 없다고 해서 사진이나 한 방 찍고 나왔다 후엥
여기 넘 기대하고 갔는데 쫒겨나서 슬펐음 근데 굳이 저기서 밥을 먹고 싶진 않음ㅎ
대망의 2024년 여름 휴가 이탈리아로 갑니다~
일주일간 피렌체, 토스카나 농가 민박, 꼬모 호수와 밀라노를 둘러보는 여정이었다.
십여년만에 처음 갖는 여름 휴가,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말은 했지만 아직도 바쁘게 여행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해서 많이도 오갔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최후의 만찬 관람 아니었을까?
아니다...
사실은 그보다도 그냥 농가 민박에 머물때 새벽에 나가서 사람 없는 풍경 보고
시골 마을 가서 커피 마시고
집에 와서 다시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점심 먹고
집에서 와서 수영하는 친구들 옆에서 책 읽고
그러다 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저녁 먹고... 이게 제일 좋았음ㅠㅠ 이제 나도 휴양하는 여행의 매력을 알게된 것일까?
귀가하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알프스
이번 겨울의 휴가는 한국에서 보내게 될 것인데 2년만에 집에 가는 기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올림픽 개막식 전날 집에 와서 개막식 중계를 재밌게 봤다.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가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프랑스스러워서 웃겼음...
그리고 이튿날 루브르 간 김에 올림픽 성화도 가까이 가서 봤다.
그 유난을 떨더니 올림픽을 하긴 하는구먼...
루브르 간 김에 공사 중이었다가 다시 문을 연 갤러리도 둘러볼 겸 2층까지 올라갔는데 비가 오고 뿌얘진 하늘에 에펠탑 얼핏 보이니까 멋있더라규... 나의 최애뷰 중 하나가 바로 여기다.
각자 먹고 살기 바빠서 두어달에 한 번쯤밖에 만나지 못하는 ㅇㅇ과 각자의 여행 이야기 하러 만났던 날.
여기는 큰 기대 없이 간 카페였는데 커피 로스팅도 직접 하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잘 나와섴ㅋㅋㅋㅋ 아주 마음에 들었다.
커피도 맛있고 조용하고... 굿이었습니다.
ㅇㅇ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꾸 지나간 최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 진짜 아직두 탈빠를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내 자신이 답답하고^^...
끊임없이 아니 근데 아니 근데 타령을 함
미련이 많은 성격이라서 그러는 것일까?
시작된 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운 파리 곳곳...
그치만 하도 비싸다고 호들갑을 떨어놔서인지, 생각보다 여행자는 많지 않았고 오히려 역대급 쾌적+깔끔한 여름을 보낸 것 같다.
공주
나의 껌정 애옹 너무 예쁘심... 하지만 성질 더러워서(아깐 성격 좋다며) 너무 긁으시기때문에 목도리 하실 수 밖에 없음
발톱 가는 기계를 새로 샀기때문에 뒷발톱 관리를 열심히 해드려야지... 그래야 상처를 안 내시니까...
올림픽은 나의 일상을 방해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진행되었고, 우리나라가 잘하는 종목 중계 보면서 나도 잠시간 그 열기를 느껴보았으며... 8월에는 경기도 하나 직관하면서 아주 신나게 이 행사를 즐기게 되었다.
개막식때 나라 이름 잘못 읽은 사건으로 시끄러웠는데 그 덕분에 나도 이튿날 예정된 중요한 일정 취소되고 약간의 파장을 맞았다.
근데 이 나라 사람들 좀 허술하고 얼레벌레인 거 세상 사람들이 조금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여러모로 마케팅이 잘 된 나라이다보니까 기대감도 높았던 것 같다.
개막식도 그 정도면 얘네들 치고 엄청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곸ㅋㅋㅋ
비가 그렇게 오는데 자기 일에 집중해서 계속 맨몸으로 춤추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계속 생각이 난다.
콩시에르주리에서 락 밴드 음악에 마리 앙뚜아네뜨가 잘린 목 들고 나온 장면도, 셀린 디온이 에펠탑에서 부른 노래도 하이라이트였지만 그냥 나한텐 계속 맨몸으로 춤을 너무ㅠ 너무ㅠㅠ 열심히ㅠㅠ 추던 사람들이 가장 여운이 남는다.
내 인생에 언제 또 올림픽 개최 도시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즐기는 날이 올까?
하루하루가 이벤트였던 7월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8월 미리보기
양궁 보고 옴
패럴림픽 개막식으로 일 못하는 기간동안 또 여행 다녀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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