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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일기

23년 3월 파리 일상

by 추_추 2023. 4. 24.

 

3월도 마찬가지로 책상 붙박이로 살면서 새벽 감성과 싸우는 날들이 이어짐 
오랑주리에서 산 문진 잘 써먹으면서 20유로로 일상에서 이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살만한 물건이 아닌가 생각도 하구
작년에 산 독서대도 잘 쓰고 있고... 
이 나이쯤 되면 문구점 쇼핑 안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새로운 아이템을 아직도 신나게 사고 있음
초딩때 지우개 모으는 거 좋아해서 문구점 사장님이 꿈이었던 적도 있었음

그래도 계절이 바뀌는 건 튈르리를 지날 때마다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꽃밭에 재준이는 모르는 알록달록한 꽃도 심기고 
드디어 하늘도 파래지고

목련도 봉오리 맺힌 것부터 활짝 피었다가 지는 것까지 한 달 사이에 다 구경할 수 있었다.
쟤네들은 늘 저기 있어왔고 매년 피고 졌겠지만 계속 저 앞을 오가면서도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근데 한 번 인지하기 시작하니까 계속 쳐다보게 되고 정들고 그렇더라고... 
그냥 살면서 스치는 모든 인연과 상황 같은 것들이 다 이런 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A랑 만나서 밀린 수다 떨면서 진짜 맛있는 애플 시나몬 팬케이크 먹음
둘 다 밥 먹고 만난 거라 커피나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팬케이크 주문한 게 나오는데
너무... 너무 마음이 동해서 그냥 행복한 돼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며칠 전의 그 목련 봉오리가 그 새 만개한 모습... 
이때까진 바람도 엄청 차고 계속 코트에 목도리가 기본 착장이었는데. 
요즘(4월 중순)도 계속 코트에 목도리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햇살 좋은 날은 18도까지 낮기온이 오르기도 해서
이제 패딩은 치워도 될 것 같음

솔페리노 다리에서 본 파리의 아침
주3일은 보는 풍경인데 사진으로 찍어놓으니까 새로워보이고 그렇다...?
기록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구나. 
지난 몇 년간 흘려보낸 나의 일상과 상념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런 생각 안 하려면 일기 쓰는 텀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퇴근길에 찍은 사진도 제법 있는 걸 보니 그래도 3월엔 컨디션이 좋았구나! 
아니 근데 넘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고... 
아침엔 사람 별로 없어서 좋고 오후 되면 사람 가득차서 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음악(케이팝 짱) 들으면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 없이 천천히 걸으면 제법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3월에 네덜란드 여행을 다녀왔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마지막 날 헤이그에서 치즈를 선물해줬다. 
포장지 버려서 치즈 이름은 모르겠는데 맛있음ㅋㅋㅋㅋ
꽁떼랑 식감도 맛도 향도 비슷해서 아침 저녁으로 주워먹으며 살 찌는 중... 

아까 그 목련 이만큼 떨어졌어융... 
 
옛날엔 계속 어디로 가고 싶어하고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할 것 같고 그랬는데
이젠 그냥 지금 여기 내 자리에서 딱 나한테 남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코로롱 시대를 지나면서 삶의 여러 부분이 정리됐기 때문인지, 이 안정감이 싫지 않고.
이 일상 속에서 갈등 없는(중요) 작은 변화들을 신기해하고 즐기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좀 함.

물론 인생이 내 뜻대로 되기만 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파업의 계절을 맞이했기 때문에^^...
일에 변수가 엄청 많아져서 출근했다가 바로 퇴근한 날도 있었음ㅋㅋㅋㅋ
핑계김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귀가했지만 화장 지우기 귀찮아서 울었음 진짜... 왜 아직도 화장 지우는 기계 발명 안되는 거지

동네 벼룩시장에 창고에 쌓아뒀던 물건이며 안 입는 옷 팔러 나갔는데 소나기가 한 시간동안 내리기도 했다.
개고생ㅋㅋㅋㅋㅋㅋㅠㅠ 그래도 저렇게 퍼붓고 지나간 뒤에는 또 맑아져서 장사도 잘됨;;
동네 행사 나가서 딱히 돈을 번다기 보다는 그냥 사람들이랑 웃고 떠들면서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몇 년에 한 번씩 나가서 저렇게 창고를 털고 온다. 
 
저날 내가 코트를 몇 벌 팔았단 말임
근데 그 다음 주에 출근하면서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여성의 옷이 묘하게 신경 쓰이는 것임
뭔가 했더니 내가 판 코트를 사입은 여성이었던 것임ㅋㅋㅋㅋㅋ
근데 월욜 출근길이라서 쟈철에 사람도 너무 많아가지고 아는 척은 못했는데 넘 반갑고 웃겼음...
진짜 동네 사람이 나가서 팔고 동네 사람이 샀구나 싶어서
내년쯤에 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

오르세에서 마네 / 드가 특별전이 시작됐다.
어떻게 큐레이팅 해놨는지 훑어만 보고 나와서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는데

7월까지니까 그 전에 도록 사온 거 얼른 읽고 공부 좀 더 하고 가서 다시 봐야지...
첫 날 가서 얼른 보고 나온 거라 사람도 너무 많았고 좀 힘들었다. 

큰 프로젝트 하나 마치고 앉아서 밀린 일기 쓰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아직 4월도 일주일정도 남았구... 하니까 또 마음에 여유 생기면 여행 갔다온 얘기도 좀 써놔야지.
영상으로 추억하는 거랑 글로 남기는 거랑은 또 다른 일인 것 같으니까. 
근데 3월에는 진짜 사진도 별로 없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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